영어교사 페릿-대도시선 과외열풍 대단한데...

입력 2002-02-02 14:41:00

오아시스 파이윰의 샥슉마을에서 살고 있는 페릿 압둘라는 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후 지난해부터 모교인 샥슉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중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집트의 시골은 여전히 대가족사회의 전형을 보여준다.

주업이 농업이나 어업이다 보니 가족노동은 주요한 생계수단이 된다. 페릿의 아버지가 병이 들어 더이상 농사일을할 수 없기 때문에 페릿과 그의 동생들은 방과후엔 모두 들판에서 일을 해야 한다. 따라서 학교공부는 항상 뒷전으로 미뤄지기 일쑤다.

10남매 중 4남매가 결혼 후 분가한 상태여서 지금은 여덟명의 식구만이 함께 살고 있다. 그의 한 형은 호수에서 고기잡이배를 타는 어부이며,형이 잡은 고기는 아버지가 판매한다. 다른 형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자기 몸하나 돌보기도 힘든 형편이다.

페릿같은 젊은이들에게 시골은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이다. 큰 호수가 있어서인지 관광객들이 간혹 오기도하지만 관광수입은 돈 있는 외지 사람들이 투자한 호텔이나 음식점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현지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대부분의 이집트 사람들이 그러하듯 페릿도 주어진 처지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편이나 그렇다고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현재 그가 받는 월급은 기껏해야 우리나라 돈으로 5만원 정도인데 카이로를 비롯한 이집트 대도시의 교사월급과는2~3배 정도 차이가 난다.

요즘 영어과외 열풍이 한창인 도시에서는 영어교사의 주가가 오를 대로 오른 상태지만 시골은 전혀 딴 판이다. 가난한 시골에서 과외할 여유가 있는 학생들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다.

또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들판을 뛰어다니거나 호수에서 고기잡이하는데 빠져 도무지 영어공부를 하지 않는 것도 그의 의욕을 떨어뜨리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그렇다고 카이로의 학교로 옮길 생각은 전혀 없다. 자신이 떠나고 나면아무도 영어교사로 샥슉학교에 오지 않을 것이 확실하며 무엇보다도 학생들과 이제는 정이 들어서 떠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현재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조금씩 저축을 해나가고 있지만 언제 자신의 집을 마련해서 독립할 수 있을지는 전혀 불투명하다. '앞으로의 꿈이 뭐냐'는 필자의 질문에 "집에서 독립해서 지금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 후 부끄러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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