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대구시 서구청소년수련관. 1층 로비 게시판에는 생활꽃꽂이, 라틴댄스, 메이크업 등 성인 대상 강좌와 영어동화구연, 중국어 맛보기, 일본어 따라잡기 등 어린이 대상 강좌의 수강생 모집 광고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이 수련관에서 모집하고 있는 유료강좌는 40여개. 서구청이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 수련관의 운영은 한 민간단체가 맡고 있다.
지방자치 이후 각 지자체가 청소년의 복지 및 정서함양을 내세워 막대한 국비 지원과 함께 대구시와 구청의 예산을 들여 세운 청소년수련관이 당초 목적과 달리 유료강좌 위주로 '학원화'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대구시와 각 구청으로부터 수련관 운영을 위탁받은 민간단체나 별도로 설립한 재단법인이 관련 예산이 없다는 이유와 청소년복지사업 재원확보를 명목으로 각종 유료 강좌 위주로 수련관을 꾸려나가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내 5개 청소년수련관 가운데 지난 94년 설립한 대구시는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4개 구청은 공무원 및 예산부족을 이유로 수성구·달서구·서구 등 3곳은 민간단체에 위탁하고 북구는 별도의 재단법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민간단체들은 수영장, 운동기구, 멀티미디어 등 수련관내 편의시설을 이용한 각종 유료강좌를 앞다퉈 열고 있지만 요즘같은 겨울방학에 갈 곳없는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빈약한 실정이다.
북구청소년수련관 경우 1월부터 3개월 과정으로 수영강좌 8개, 헬스강좌 3개를 비롯 미술, 음악, 공예, 교양 등 성인대상 강좌 79개, 영어동화책읽기, 잉글리쉬뮤지컬, 병아리 발레 등 영유아 대상 강좌 48개, 영어동요교실, 스포츠댄스, 과학교실, 아동 키를 키우는 건강체조 등 초등학생 대상 65개 강좌 등 200여개 유료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이같은 유료강좌는 지난해 4/4분기보다 27개가 늘었난 것이다. 반면 이 수련관이 북구지역 청소년을 위해 개발한 프로그램은 만화, 락밴드, 연극, 영화 등 23개 동아리활동에 불과, 참여학생도 290명에 그치고 있다.
80여개의 유료 강좌를 열고 있는 달서구청소년수련관은 청소년 동아리 수 8개, 참여학생 20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수련관 관계자들은 "행정기관으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이 전혀 없어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에 드는 재원 마련을 위해 불가피하게 어린이 및 성인 대상 유료강좌를 열고 있다"며 "대구시와 각 구청이 예산을 일부 지원한다면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수련관에서 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류수현(37)씨는 "청소년의 지·덕·체를 함양하기 위해 만든 청소년수련관이 학원화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민간위탁을 지양하고 정부차원에서 통합적 관리체계를 구축해 청소년들을 위한 진정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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