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충(40.대구시 수성구 에임하이 입시학원 원장)씨는 네 아이의 아빠다. 10살, 8살짜리 두 딸과 5살, 3살짜리 두 아들. 위로 딸 둘은 강씨 부부가 낳았고 아래로 남자 아이 둘은 서울의 한 입양시설에서 데려왔다. 그래서 강씨의 집은 늘 시끌벅적하다.
네 아이는 법석을 떨며 함께 레고로 집을 짓고 부순다. 하루도 말썽 없이 넘어가는 날은 없다. 반대로 아이들 덕분에 웃음을 잊는 날도 없다. 강씨는 아이 넷을 앞세우고 쇼핑을 나가보지 않은 아빠는 그 든든함을 알지 못한다며 미소짓는다.
강씨가 입양을 결심한 것은 카투사로 군 복무하던 시절이었다. 한국 출신 입양아임을 숨겨온 한 미군 장교가 어느 날 술에 취해 울던 장면을 그는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친부모를 찾기 위해 일부러 한국 근무를 자청한 그 미군은 1년 6개월만에 친부모를 찾았다.
자신을 버렸지만 친부모를 모시겠다는 각오까지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한국 근무를 연장해가며 찾아낸 친부모는 썩 유쾌해 보였다. 제 아이를 버려야 했을 만큼 가난했던 흔적도, 죽을 병을 앓았던 자국도 없었다. 미군 장교가 되어 찾아온 그를 보겠노라고 찾아온 수많은 친척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는 환멸에 치를 떨었다.
"그 미군은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겠다며 울었어요. 수많은 친척까지 둔 멀쩡한 부모가 이국만리로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힌 거죠". 성인 남자가 자기 사연을 늘어놓으며 우는 일은 좀처럼 드문 법이다.
강씨는 당시 큰 충격을 받았고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이 땅의 아이들에게 그런 아픔을 주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결혼전 강씨는 맞선볼 때도 입양을 전제로 사람을 만났다. 많은 사람들이 거절했지만 지금의 아내는 흔쾌히 승낙했다.
강씨는 처음엔 한 명만 낳고 두 명을 입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덜컥 두 아이를 낳고 말았다. 그렇다고 한 아이만 입양할 수는 없었다. 입양한 아이가 사춘기를 지날 때쯤 받을 충격을 고려해 두 아이를 입양했다. 입양이 혼자만의 아픔이 아님을 알려주고 위로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데려온 첫날 저녁때쯤이면 이 아기가 내 아기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색하다거나 내가 낳은 아이와 차이를 느끼지는 못합니다. 어느 아이든 아프면 똑같이 마음이 아픕니다". 남의 아기를 키우는 마음이 제 아기와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하는 보통 사람의 의구심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인다.
강씨는 신장이 하나뿐인 사람이기도 하다. 작년 2월 초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신장 하나를 기증했다. 가능하면 젊은 사람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면 좋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해야 할 일이 많은 그 누군가가 제몫의 임무를 모두 마치고 인생을 마감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신장 떼어내고 나면 괜히 아프고 힘이 빠진다고 엄포를 놓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신장 떼어낸지 1년이 지났는데 오히려 건강해진 것 같아요. 신장이 하나밖에 없어 건강해졌다는 말이 아니라, 신장이 하나만 있기때문에 아무래도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쓴 덕분인 것 같아요". 강씨는 수술자국이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빼면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한다.
"신장을 떼어낸 후 병원에 정기 검진을 가는 날엔 꼭 누군가 내 안부를 물었노라고 간호사들이 전해줍니다. 세상에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내 건강을 염려해준다고 생각하면 괜히 기분이 으쓱해집니다".
"신장 기증하러 갔더니 혹시 장기 매매는 아닐까 싶어 재산관계를 꼼꼼히 확인하더군요. 또 입양아를 출생신고할 때는 동사무소 공무원도 그 방법을 몰라 헤매야 했습니다". 짜증이 날 만큼 불편하고 복잡했다는 강씨의 말은 입양과 장기기증이 우리에게 아직은 얼마나 낯선 이야기인가를 설명해주는 듯했다.
강신충씨는 우리 몫의 기쁨과 슬픔은 이 땅에 태어난 우리가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그것이 합리적이든 부당하든 따질 수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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