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북아 거점 위해서도 세율 내려야

입력 2002-01-28 14:19:00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한국이 동북아의 비즈니스 중심이 되기 위한 규제완화 '필요 조건'을 제시한 것은 의미 심장하다.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정부가 발벗고 뛰어다녀야 할 마당인데 오히려 국내 소재 외국 기관이 먼저 요구 조건을 내놓았으니 주객이 전도된 느낌마저 없지 않다. 그러나 이미 국내에서도 여러 연구기관이 이같은 지적을 수없이 해온 만큼 정부는 주한미상의의 고언(苦言)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주한미상의는 26일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본부를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서는 현재 40%(주민세 포함)에 달하는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을 홍콩 수준(20%)으로 인하하고, 다국적 기업들이 수출입 대금을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도록 외환거래법을 대폭 완화하거나 폐지할 필요가 있으며, 외국인들이 오랫동안 안심하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영주권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 이를 한국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우리 나라의 소득세는 홍콩과 싱가포르에 비해서는 높지만 독일(최고 48%)과 스웨덴 등 유럽 복지국가(50~60%)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우리의 1차 경쟁 상대는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 무대라는 점이다. 특히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를 세계적 다국적기업들의 아시아 거점본부이자 국제금융의 중심지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을 세우고 내달초까지 세부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의 차별화는 문제가 많지만 일단 '아시아의 거점'이라는 목표가 주어졌으면 모든 전략은 목표를 향해 수렴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지금 동북아 허브 포트를 노리고 인천국제공항이 탈바꿈하고 있으며 부산항의 2단계 확장사업에다 제주도도 4월부터 국제자유도시로 지정되는 등 세계적 규모의 초대형 물류 인프라 건설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면 인프라는 그야말로 '껍데기'에 불과하다. 정부는 국내외의 충고를 적절히 받아들여 성숙된 제도적 '틀'을 만드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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