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통일시킨 진시황은 불로장생(不老長生)에 대한 집착이 그 누구보다도 강했다. 그러나 불로초를 찾아 세상을 뒤졌지만 5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고대 그리스인의 평균수명이 19세에 불과했고, 유럽인도 16세기 21세, 18세기 26세, 19세기에 34세였으며, 20세기 들어서야 겨우 45~50세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둔다면 기원전 210년에 사망한 진시황은 결코 단명이 아니라고 할 수 있어 욕심이 너무 지나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하지만 두보(杜甫)가 읊은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도 이젠 옛이야기다. 한국인의 평균수명도 이젠 남자 72.1세, 여자 79.5세로 늘어났으며, '고령화 사회'의 문턱이다. 2030년이면 젊은이 10명이 고령자 3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세상이 된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노인 기피의 핵가족화와 함께 전통적인 미덕인 경로(敬老)사상이 무너지고, 고령화사회에 대한 대비는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이런 세상에 요즘 연일 노인들이 거꾸로 흐뭇한 화제를 뿌려 감동적이다. 25일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하모리에서는 이춘관(102).송을생(97) 부부가 결혼 80주년 잔치를 벌이면서 최장수 부부를 기록, 기네스 북 등재를 추진한다더니 이번엔 백수 노인이 평생 모은 재산을 모두 마을에 바쳤다는 미담이 들린다.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춘당1리의 권영복(97).임복순(76) 부부는 논.밭 1천50평과 집터를 아무런 조건 없이 내놓고 생활보호대상자로 살고 있다고 한다.
최장 해로 부부는 제주도.남제주군 차원 거창한 기념잔치를 사양하고 가족끼리 단촐한 상을 마련해 화제를 낳았다. 횡성의 평생 재산 헌납 부부가 내놓는 재산 덕분에 이 마을의 숙원이었던 마을회관과 경로당이 들어서고, 주민들은 그 고마움의 표시로 마을회관 앞에 공덕비를 세웠다는 화제도 결코 예사롭지 않다. 주민들은 이 노부부의 백수(白壽)잔치는 물론 그 은덕을 길이 후손들에게 알리기 위해 사후 장례와 제사까지 지내 주기로 했다니 흐뭇한 일이다.
얼마 전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 17개 나라 중 어른들에 대한 한국 청소년들의 존경심이 꼴찌로 나타났다. 이태 전에는 전철에서 중학생이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꾸중한 77세 노인을 계단에서 밀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요즘 노인들이 욕심을 버리고 뿌리는 흐뭇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한말에 조선 팔도를 누빈 뒤 '조선은 노인 천국'이라며 '다시 태어난다면 조선에서 노인으로 살고 싶다'고 고백한 한 선교사의 말이 새삼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 더해 진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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