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 문화재 비둘기 해충 수난,경상감영 남평문씨세거지 '위기'

입력 2002-01-26 12:29:00

비둘기, 구멍벌, 좀벌레 때문에 지방에 산재한 목조문화재들이 썩거나 갉아먹히고 있어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있다.

대구시 중구 포정동 경상감영공원내 선화당(지방유형문화재 1호)은 이곳에 서식하는 비둘기 100여마리가 내는 배설물로 천장, 기둥, 바닥 등 곳곳이 썩어들어 가고 있다.

비둘기 배설물은 시간이 흐르면 나무는 물론 철을 부식시킬 정도로 강한 독성(산성)을 갖고 있어 목조인 선화당 전체를 보기 흉할 정도로 구멍을 내고 썩게 만들고 있다.

경상감영공원측은 그대로 방치할 경우 문화재가 심각한 훼손을 입을 것으로 우려해 지붕을 비닐로 덮는 임시방책을 마련에 나섰으나 비둘기떼의 '공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것이다.

관리 직원은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먹이를 주는 장소여서 비둘기가 유독 선화당에 몰리고 있다. 그렇다고 시민들을 강제로 막을 수도 없고…』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 남평문씨세거지(민속자료 3호) 역시 가루나무 좀벌레와 구멍벌이라는 해충 때문에 목조건물 곳곳에 뻐끔한 구멍이 뚫리고 있어 관리에 비상이다.

달성군은 지난 여름 세거지내 수봉정사, 광거당, 거경서사의 목조건물이 가루나무좀벌레와 구멍벌의 서식·산란처가 되는 바람에 훼손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좀벌레와 구멍벌은 목조건물 전체로 번식하면서 목조를 마구 갉아먹어 직경 10mm 이상의 구멍이 100여개나 생기는 피해를 냈다.

이를 확인한 달성군은 긴급 방역에 들어가 지난 연말 문화재청의 용역전문방역기관에 의뢰에 3천만원의 예산으로 살충소독을 실시했다.

달성군이 지방문화재인 남평문씨 세거지에 대해 '해충과의 전쟁'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국가지정문화재는 정부 예산으로 1년에 한번씩 목조건물에 대해 정기 방역소독을 하고 있으나 지방문화재는 5~10년에 한번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관리상태를 점검하는게 고작이다.

강병서기자 kb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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