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급발진 事故, '제조물 책임법'으로

입력 2002-01-26 00:00:00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 대한 제조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급발진 사고의 손해배상 소송러시 및 자동차 회사들의 대응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제해결의 방향은 향후 대법원 판례를 기다려봐야 할 것이지만 법감정이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는 쪽이라면 이제 국민의 생명을 책임진 정부나 차를 팔아먹는 제조사나 무대책으로 '열중 쉬어'할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넉달전 서울지법은 기아자동차측을 상대로 한 급발진 재판에서 운전자 미숙보다 차량결함에 더 비중을 두고 결함여부의 입증책임이 제조사측에 있다고 판시했다. 또 엊그제 인천지법은 소비자들이 대우자동차를 상대로 낸 집단소송에서 급발진 사고 예방장치인 '시프트 록'을 장착하지 않은 것은 '기계 설계상의 결함'임을 최초로 인정했다. 당연히 급발진 사고에 따른 집단소송의 확산은 불가피해 보인다. 소비자보호원에 신고되는 것만도 해마다 200건씩이 넘는 판국이다.

따라서 비록 급발진 사고의 원인규명이 안된 시점이라 다소 억울한 심정이 들지도 모르겠으나 자동차회사들도 더 이상 인재(人災)에 책임전가하고 있을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제조원가가 1만원도 안되는 '시프트 록'의 장착을 외면하면서까지 오리발을 내밀 처지인가? 오토매틱 차량의 급발진 사고는 미·일 등 선진국에서도 아직 전자파와의 상관관계를 밝혀내지 못했지만 소비자보호, 나아가 소송에 걸리면 더 큰 손해라는 경영손익의 차원에서 광범위한 시프트 록의 장착과 소송전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아울러 정부도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연구투자와 사후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 미국의 경우 역시 급발진 원인규명을 못한 상태에서 이미 PL법 즉 '제조물 책임법'을 적용, 특정상품의 불안전성과 관련한 제조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광범위하게 묻고있다. 또한 이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특히 기업들도 제품의 안전성 제고를 위해 힘을 쏟게 돼 결국 국제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도 제조물 책임법의 시행을 더이상 미룰 처지가 아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