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토크-대구미협 회장 선거에 바란다

입력 2002-01-25 14:12:00

'인신공격, 편가르기, 술접대…'. 국회의원 선거판이 아니라, 문화예술인들의 선거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라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다음달 9일 대구미술협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두 후보진영이 예전과 다름없는 구태의연한 방식의 선거운동을 벌인다고 우려하는 미술인들이 적지 않다.

후보들은 후보 등록도 하기전부터 수십평 크기의 큰 사무실을 얻어 수십명의 운동원을 두고 선거운동에 나서는 등 과열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후보진영마다 분야별, 출신대학별로 편가르기를 하면서 자신들의 지지세를 넓혀가는 선거 방식을 구사, 벌써부터 선거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술계 주변에서는 "누구는 어떻더라" "이 후보의 과거는 이러했다"는 인신공격성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자신의 공약을 밝히기 보다는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고 흠집내는데 익숙해 있는 분위기다. 또 한 선거운동원은 회원들에게 연일 술접대를 하느라 술병(?)이 났다는 웃지못할 얘기까지 들려온다.

후보당 선거비용이 사무실 임대료, 식사비, 술값 등을 합해 최소 몇천만원이 들어간다는 게 정설이다. 회원 수가 1천80명(실제 투표대상자 850여명)에 불과한데다 가난한 화가들의 선거판에 이 정도 선거비용이 쓰여진다는 데 놀랄 따름이다.

젊은 작가들은 "이맘때가 되면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다"고 씁쓸해했다. 그들은 작품에 전념해도 부족한 판에, 선거사무실에 한번 나와달라거나 술 한잔하자는 선후배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고민스럽다고 했다.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고는 하나, 당선에 급급해 상식을 뛰어넘는 방식은 이제 더이상 허용될 수 없다. 과열·혼탁 선거는 미술인 전체의 자긍심에 관한 문제이자, 투표를 하면서 반드시 고려할 사항이 아니겠는가.

작가들답게 즐겁고 유쾌한 잔치 분위기속에서 회원들에게 봉사할 '일꾼'을 뽑는 모습을 보고 싶다. 무엇보다 '문화예술인들이 정치인과 비슷해서야…'라는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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