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딱 한장만

입력 2002-01-25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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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장만…" TV에서 보는 신용카드 광고 문구다. 신용카드란 말이 우리 귀에 익숙하게 된 것도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 않은데 젊은이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치고 한 두장 지갑에 없는 사람이 드물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400조 가까운 개인 금융부채 중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 및 할부금융의 증가가 한 몫을 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개인의 금융자산을 금융부채로 나눈 비율이 작년 6월말에 2·4로 미국, 영국, 일본 등에 비해 낮고 여기에 사채까지 합치면 가계 부실이 우려된다고 하며 신용불량자수는 2백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런 중에도 신용카드 회사는 생산성을 갖추고 노사화합을 이룬 어느 기업 못잖은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카드 사용액을 소득공제해 준다기에 지난해 열심히 카드를 사용했다(때로는 싫어하는 업주의 시선을 무시하며). 그런데 연말 정산 환급액을 보고 나만 씁쓸한 기분을 느낀 걸까?

생각해 보니 연간소득이 4천만원인 사람의 사용액이 2천만원이면 320만원을 소득공제해 준다. 그런데 보통 사람이 자기 소득으로 지출하는 것 중에 카드 사용액이 매년 2천만원이 될까? 한도액인 5백만원을 공제 받으려면 최소한 3천만원 정도 카드를 사용해야 된다는 이야기이다. 빛 좋은 개살구격이 아닌가 싶다. 경기부양을 위해 가계지출을 늘려야 한다고도 하고, 붕괴되는 중산층을 보호해야 한다고도 한다.

10대의 신용불량자도 생겨나고 생활의 안정적 기반을 잡아야 할 40대가 급증하는 신용불량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을 개인의 책임문제만으로 탓하기 전에, 신용사회 정착을 위해서나 중산층 이하의 가계 도움을 위해서라도, 신용카드와 관련하여 고치고 보완해야 할 문제점은 없을까? 또한 지폐가 훼손되어 재발행하는데 드는 적지 않은 국가 예산 중 얼마만이라도 딱 한 장의 사용으로 절약되어 결식아동이나 노숙자에게 쓸 수만 있어도 얼마나 좋을까?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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