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커스-이용호 게이트 수사

입력 2002-01-25 14:47:00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국가정보원과 해군 당국 등 국가기관에 전방위 로비를 해가며 보물발굴사업을 주도한 동기가 여전히 불분명한 가운데 이씨의 로비과정에 고위층이 개입했다는 정황까지 대두되고 있어 특검팀의 수사가 주목된다.

이씨가 보물발굴사업에 뛰어든 정확한 동기가 무엇이었는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있지만 그가 국가기관을 사업에 끌어들일 수 있었던데는 나름대로의 명분을 내세웠을 가능성이 높고 여기엔 고위층의 입김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이씨는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용호씨에게 보물발굴사업을 소개해준 것은 국가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진술은 그가 보물발굴 사업자인 오모씨 등 3명과 매장물 발굴협정서를 체결하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15% 지분을 보장받았던 점, 보물발굴사업을 주도하면서도 사업에 개입한 사실을 끝까지 숨겼던 점으로 볼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이씨는 사업자들이 주장한 20조원대 매장보물 발굴이 이뤄졌을때 자신이 거머쥘수 있는 거액의 성공수익 지분을 노렸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물론 여기서 이씨가 자신의 지분을 보장받은 것이 단순히 개인적 치부를 위한 것인지, 야당이 주장하듯 정치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수십년간 금융기관에 근무해온 이씨가 국정원과 해군당국 관계자들에게 사업지원을 위한 로비를 펼 수 있었던 데는 그가 대통령의 처조카라는 사실 뿐 아니라 국가기관을 움직일 수 있는 고위층 인사의 개입이나 지원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씨는 지난 99년말 고 엄익준 당시 국정원 2차장에게 보물발굴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요청, 김형윤 전 경제단장을 통해 탐사작업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군측에도 장비와 인력지원을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당시 국정원에 파견된 국방보좌관이 해군참모총장에게 보물발굴사업을 설명하고 지원을 건의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이씨의 요청을 받은 국정원이 보물발굴사업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은 이씨가 2000년 1월 해군본부를 방문했을 때 국정원 경제단 김모 과장이 동행한 사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차정일 특검팀이 24일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을 소환조사한 것도 국정원이 엄 전 차장에 이어 김 전 차장까지 이씨의 보물발굴사업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으며 이 과정에 고위층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단서를 포착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와관련, 이씨가 고위층의 소개로 엄 전 차장을 만났다는 관련진술 등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씨는 개인적 치부가 사실상의 동기였을지는 몰라도 고위층 인사에게 사업내용을 설명하고 그를 통해 국정원 등 국가기관에 '국익'이라는 다수의 이익추구를 사업의 명분으로 내세워 각종 지원을 청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특검팀의 시각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