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내 ㄱ구청 ㄴ(47) 과장은 최근 있었던 6급 이하 직원들의 인사를 앞두고 인사담당자에게 한가지 '청탁'을 했다. 가능한 한 젊은 여자직원 대신 남자직원이 자신의 부서에 오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과장은 "안그래도 구조조정으로 일손이 달리는 판에 여자직원이 와서 출산휴가라도 간다면 큰 일이 아니냐"며 "다른 부서 책임자들도 속마음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공직 진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모성보호관련법 강화로 출산휴가 등 육아 관련 휴가·휴직기간이 늘어나자 행정기관 부서마다 장기간 업무공백을 우려해 여직원 기피풍조마저 생겨나고 있다.
대구시도 이같은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여성공무원의 장기휴가를 메울 '대리공무원제' 도입을 행정자치부에 최근 건의했다.
24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내 8개 구·군 여성 공무원은 1천490명으로 전체 5천563명의 27%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대구시 공채에서도 99년 15명 중 12명, 2000년 20명 중 13명, 2001년 124명 중 70명 등 여성 비율이 60%에 이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한해 동안 출산휴가를 비롯 육아관련 휴가·휴직을 떠난 여성공무원이 전체의 9.6%인 534명에 달했다.
한 구청의 경우 9명씩 근무하고 있는 ㄷ·ㄹ 동사무소 여직원 3명 가운데 1명씩이 출산휴가중이고, 10명이 근무하는 ㅁ 동사무소에서는 여직원 4명 가운데 1명이 역시 출산휴가를 떠났다.
직원 7명 중 5명이 여성인 모 구청 정보통신과 전산계의 경우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 업무 담당ㅊ 여직원과 6명 중 3명이 여성인 세무과 세무조사계에서 자동차세업무를 담당하던 여직원이 출산으로 자리를 비웠다.
서무 담당 여직원이 출산휴가 중인 ㅂ구청 ㅅ과장은 "자신의 업무가 아닌 업무를 함께 봐야하는 만큼 업무차질이 어느 정도 있게 마련"이라며 "10명 남짓한 동사무소의 경우 출산휴가를 두명이라도 가게 되면 인사를 해야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일선 부서의 여성공무원 증가 및 장기 휴가·휴직 공백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절실해짐에 따라 대구시는 최근 행정자치부에 여성공무원의 장기휴가기간 중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대리공무원제'의 도입을 건의했다.
이는 유사한 업무경험이 있는 퇴직공무원들을 활용한 '인력뱅크'를 가동, 출산휴가 등으로 대체인력이 필요한 기관.부서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권오곤(52) 대구시 자치행정과장은 "모성보호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업무 과부하로 직원간 보이지않는 불협화음이 우려된다"며 "교육공무원들의 임시교사제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각종 여성관련 제도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여성공무원은 1세 미만의 자녀가 있을 경우 1년간 유급(월 20만원 수당 지급)휴직을 실시할 수 있으며 출산휴가도 지난해 11월부터 종전 60일에서 90일로 확대시행중이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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