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금강산사업 등 현안해결을 위해 남북대화 재개를 서두르는 가운데 내주엔 대한적십자사가 설(2월12일)전후 4차 이산상봉을 위해 남북적십자 실무대표 접촉을 제의키로 해 북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정부입장에선 부시 미대통령의 방한전에 이산상봉문제가 타결되는 등 대화재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고, 북측 또한 이에 일단 호응하면서 전 주한미대사들을 북한에 끌어들임으로써 부시의 환심을 사려할 것이란 분석은 일리가 있다. 당연히 협상이 '기브 앤 테이크'식으로 제대로만 진행된다면 더없이 환영할 일이다.
우리는 정부가 남북대화를 요구하더라도 이번에야말로 제발 서두르지 말고, 될건 되고 안될건 안된다는 협상원칙을 갖고 차근차근 실행할 것을 주문한다. 지난해 10월 상봉자 선정작업까지 해놓고도 협상막판에 퇴짜를 놓은 경험에서 보듯 이산상봉과 금강산은 저들이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마는 그야말로 북측에 의해 코가 꿰인 사업이 돼 버렸다.
문제는 이렇게 된 원인이 우리의 잘못된 협상자세에도 있다는 것이다. 삐치면 달래고 보채면 퍼주는 인심좋은 사업가 행세를 하다보니 상대방에 못된 버릇만 들여놓은 꼴이다. 따라서 남은 1년안에 뭔가를 꼭 남겨야 할게 아니라 다시 원점에 섰다는 자세로 대북협상에 임해주기 바라는 것이다.
기실 관광특구지정이나 금강산.경의선복원 문제 같은 남북간 교류.경협은 남과 북 양쪽 모두의 경제활성화에 직결되는 것이요, 더 아쉬운 쪽은 북한인데 왜 우리가 늘상 끌려다녀 왔는가?
이산가족들에게는 가슴아픈 일이지만 이산상봉이란 '당근' 때문에 관광특구.경의선 등의 현안이 발목잡혀서는 안된다. 차제에 정부는 김정일답방에 대한 미련과 집착도 아쉽지만 버려야 한다.
북은 걸핏하면 군부의 반발을 내세운 대남협상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남쪽에도 일방적인 퍼주기에 상당한 비판과 반발세력이 있음을 깨달아야 공평한 대화가 되는 것이다. 향후 협상에서 여건이 성숙되지 않을 땐 차라리 당분간 소강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대북정책의 한 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