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한국이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한지 꼭 10년이 된다. 한국의 장래는 중국에 달려 있다는 긴박한 필요가 갈수록 증대되면서 중국어 열풍이 전국적으로 불고 있고, 중국으로 유학하는 학생수도 매년 늘고 있어 중국 각 대학의 발전방안이 한국학생유치방안이 될 정도이다.
그 반면 중국 청소년들의 일시적인 관심을 '한류'라고까지 표현하고 있지만 한국어과가 개설되어 있는 대학들은 정원 채우기도 어려울 만큼 중국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저조하다.
이와 같이 한중 양국이 이해관계상 불균형적인 상황에 놓여있을수록, 우리는 중국을 더 잘 이해하여야만 정치.경제.교육 등 각 분야의 교류에서 불평등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소기의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중국과 극단적인 외교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재외동포법' 제정을 위한 한국국회의원들의 중국 방문비자발급거부 사안은 중국에 대한 이해부족과 접근방법의 미숙에서 비롯된 예견된 결과이다.
왜냐하면 당초 국회를 통과하고 99년말 시행예정이었던 이 법이 재입법으로 선회한 것이 재중동포에 대한 고려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중국과의 관계설정에 주의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후 법무부가 마련한 대책은 중국당국의 민감사항인 소수민족문제를 자극할 수 있는 것이었으며, 기왕 주권국가로서 입법을 소신대로 하려면 마찰을 비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여 중국에 접근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하나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것이다.
중국은 비자발급거부 이유로 소수민족분리운동의 방조를 들고 있다. 재중동포에 대한 국적취득기회의 확대는 중국인인 조선족을 중국공민에서 분리시키는 행동으로 신쟝.티벳 등에서 부단히 일어나고 있는 분리운동에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더 깊은 우려가 깔려 있다. 중국은 북한이 1963년 발간한 조선통사에서 중국 동북3성 즉 발해영토를 조선의 영토로 주장하고 있어 역사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하에 조선족에게 한국국적을 취득케 하는 것은 향후 남북한통일 후 영토반환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장기적인 화근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조사에 참여하는 국회의원들이 국회 인권포럼 소속이라는 것도 중국조사목적을 의심하게 했을 것이다. 소수민족문제만큼이나 신경을 쓰고 있는 인권과 관련된 국회의원들의 입국은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접근했으면 이러한 중대외교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조사할 수 있었을까? 중국을 조사연구하면서 무릎을 치면서 탄복한 행동지침이 있다. 이는 "어떤 일은 말로만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며, 어떤 일은 행동만 하고 말을 하지 않는다(有些光說不作,有些光作不說)"는 언행분리전략이다.
이 전략은 특히 사회주의에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시행하면서 중국정치지도자들이 정치운행기제로 택하고 있는데, 공산주의 이상을 견지한다는 것은 구호로만 외치고, 사영기업의 운영 등 자본주의 요소는 행동으로만 하여 양종 이념차이로 정책실천과정에서 발생할수 있는 모순을 피하고 있다.
이러한 묘책은 일반 중국 백성들에게 이미 전수되어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上邊有政策,下邊有對策)"는 식으로 실행되고 있다. 이로써 중국은 모순의 소용돌이에서 조화롭게 상호충돌을 피해나가고 있다.
이 묘책을 인지하여 한국 국회의원들이 중국방문목적을 '동북3성에서의 투자환경시찰이라든가, 조선족 전통문화보전상황 연구라던가 아니면 중국 소수민족정책성공사례로서의 조선족거주지 방문'으로 제시하고 방문단의 구성도 다양하게 했다면, 즉 목적을 직설법으로 전달하지 않고 행동으로만 옮기려고 했다면 중국도 묵시적으로 허락했을 것이다.이 언행분리 묘책은 한국이 중국에 성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묘약임에 틀림없다
조수성(계명대 교수.중국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