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최대 번화가인 난징루(南京路)의 서쪽, 난징시루(南京西路)에는 각종 브랜드의 휴대폰을 파는 휴대폰 전문상가뿐 아니라 노키아와 삼성 애니콜 전문매장까지 들어서 있다.
삼성 애니콜 매장에 있는 듀얼폴더는 3천980위안(약 64만원)짜리 가격표가 달려 있었다. 최신형인 다른 휴대폰은 4천980위안(90만원). 중국 노동자의 평균임금이 1천위안이라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고가품인 셈이다.중국의 휴대폰 사용인구는 지난 해 10월말 현재 1억3천600만명으로 중국은 세계최대의 이동통신시장이다.
1천위안~2천위안대의 중저가 휴대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은 20% 가까운 고급휴대폰 시장에 승부를 걸었다.고가브랜드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삼성이 매년 쏟아부은 광고비만도 연간 1천만달러가 넘는다. 그 결과 삼성은 고가시장에서 5%의 시장점유율로 노키아와 모토로라에 이어 3위 자리를 차지했다.
신소비계층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삼성의 고급브랜드 전략이 먹혀 들어간 것이다.중국은 '세계의 공장'일 뿐만 아니라 "볼펜 한자루씩만 팔아도 13억개"라는 말처럼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다.◇최고만이 살아남는 곳그래서 세계적인 브랜드는 일찌감치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중국은 더이상 저임금을 이용한 제3국으로의 생산기지가 아니다. 중국의 내수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고급 기술이 없는 단순제품이나 한계산업으로는 중국업체들과 경쟁하기 어려워진 것이다.한국의 유명브랜드라고 해서 중국시장에 쉽게 진출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무수히 많은 한국기업이 중국에 진출했지만 고급 브랜드로 성공한 한국제품은 '삼성 애니콜'이나 (주)하이파이브의 고급 골프웨어 '울시', 삼성이나 LG의 PDP TV 등을 제외하고는 없다. 특히 골프가 대중화되지 않은 중국에서 울시의 성공은 특별한 케이스.
세계적인 골프웨어인 울시의 아시아지역 경영권을 확보한 하이파이브는 지난 95년 중국에 진출,현재 베이징의 최고급 백화점의 하나인 '옌사'를 비롯, 30여백화점 유통망을 확보했다.
엘칸토의 이학진 총경리는 "적지않은 한국의 브랜드들이 (중국에)진출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중국내수에서성공하려면 단독매장이 아니라 현지의 유명백화점을 공략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키워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는 유명한 브랜드인데…' 하고 철저한 준비없이 덤벼들었다가 '바람과 함께 사라진' 브랜드들이 적지않다는 것이다.'이가자미용실'의 이규상 중국사업본부장도 "중국에서는 고소득층을 겨냥한 최고급 브랜드로 톱 마케팅(TOP-marketing)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0만위안(16억원)이상의 자산을 가진 100만가구가 넘는 중국의 고소득층은 최고급 제품만을 찾아다니는 소비행태를 보이고 있다. KOTRA 베이징무역관측도 '무역투자실무'를 통해 "톱 마케팅이 성공하는 이유는 부유소비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들의 고급취향을 자극하면서 최고급제품과 최고의 서비스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억 중국인구가 모두 우리의 시장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가자미용실
국내미용업계에서 탄탄한 이미지를 구축한 이가자미용실의 중국진출은 이같은 톱브랜드 마케팅을 통한 시장개척의성공사례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지난 2000년 10월 1호점을 차오양구에 연 이가자미용실은 지난해 12월8일 베이징 최고급 호텔중의 하나인베이징판띠엔(北京飯店)에 4호점을 열었다.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이용하는 최고급호텔에 뷰티살롱을 열었다는 것은최고급 뷰티살롱으로서의 위상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규상 본부장이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갖춘 고급뷰티살롱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98년부터 미용재료 수입사업을하면서 중국미용업계의 사정을 바닥부터 파악했기 때문이다.중국의 미용실은 한때 매춘소굴로 단속될 정도로 열악했다.
때맞춰 불어온 한류(韓流)열풍도 한국식 고급미용실을 여는 데 도움이 됐다. 중국의 젊은이들 가운데 김희선 등 한국의 스타들의 사진을 갖고와서 똑같은 스타일로 해달라고 주문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이가자미용실이 중국상류층을 공략한 무기는 한국식 최고급 서비스였다.
이 본부장은 "종업원들에게 한국식 예절교육을 집중적으로 했으며 고객이 미용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며 "그때까지 중국인들에게는 익숙지않은 서비스로 승부를 걸었다"고 말했다. 이가자미용실은 고소득층을 겨냥한 프랜차이즈 뷰티살롱시스템을 처음으로 중국시장에 들여와 성공한 것이다.미용실에서 파마와 커트를 하는데만 400~600위안(6만4천원~10만원)이 든다.
◇베이징 국제공항 비선식당
베이징국제공항에서 출국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비선(飛仙)식당'이다. 출국장 길목에 있는데다 출국장식당은 이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한식뿐 아니라 중국식과 일식, 양식까지 맛볼 수 있다. 베이징 쇼우두공항은 연간 이용객수가 2천만명에 이르는 동북아의 최대공항 중의 하나다.
지난 98년 5월 금원신역(사장 김천호)이 미국과 홍콩, 스칸디나비아 등 세계적 요식업체들과의 경쟁입찰에서 베이징공항 국제선 레스토랑 독점운영권을 따내 화제를 모았다.김 사장은 "중국에 진출한 지 5년밖에 안된 한국업체가 메리어트호텔을 비롯, 45개 국제공항에서 레스토랑 체인을 운영하는 미국업체 등을 물리치고 운영권을 따낸 것은 기적"이라면서 "중국에서의 사업경력과 식당운영기획 등에서 많은 점수를 받았을 것으로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중국요식업계의 풍운아'로 통한다. 그는 지난 93년 중국에 진출, 고급 한식당 '아리랑'을 운영하다가IMF한파와 입점백화점의 부도 등으로 사업에 실패한 적이 있다. 그런 그가 공항식당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그가 입찰을 따낸 것은 중국의 고위층들까지 잘 알고있는 '사이터 아리랑'식당 운영 등 중국에서의 사업경력과 중식과 양식, 한식과 일식 등을 모두 갖춰 운영하겠다는 기획력 덕분이다.
그는 새로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베이커리사업은 대기업이 하기는 마땅치않고 그렇다고 중소기업이 진출하기에도 위험부담이 만만치않다. 그는 아직은 중국에서 생소한 고급 브랜드의 베이커리사업을 통해 중국 고소득층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글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사진 이경훈기자 tabom@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