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貨)의 폭락이 우리의 수출 전선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고 있어 정부의 장기적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특히 국내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다는 분위기와 함께 올해 경제성장은 목표치인 4%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분석이 국내외에서 잇따르는 등 경기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부쩍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라 이같은 수출 감소는 경기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23일 장중 한때 134엔대까지 올랐다가 전날보다 0.09엔 오른 133.9엔으로 마감했다. 원화와 비교하면 2000년말 100엔당 1천93원이던 것이 994원으로 떨어졌으니 1년사이에 100원이나 떨어진 셈이다. 수출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지도 오래됐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1월 중(1~22일) 수출액은 70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나 떨어졌으며 무역수지도 10억달러 적자를 낼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런 상태라면 월말에 가서도 2억달러의 적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된다니 엔저(低) 충격이 이미 우리 경제에 깊숙이 파고들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경제에서 수출은 경기회복의 관건이다. 문제는 이같은 엔저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 추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에 있다. 일본 정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은행 및 기업구조조정이란 큰 과제를 앞두고 있어 통화를 늘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엔화가치 추가하락이 자명한 만큼 정부는 엔저 충격에 대한 장기 플랜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 우리는 증시 상승에다 부동산 활성화 등 경기 회복의 조짐이 일고 있지만 수출과 기업의 설비투자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내수 시장의 과열은 '거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엔저를 사실상 묵인해 온 미국도 최근에는 "엔화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입장을 바꿈에 따라 엔저는 본격적인 외교전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교전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수출 업체는 경쟁력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엔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내부적인 체질 개선을 앞세워야 함은 두말할 나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