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강산 관광, 정부가 왜 떠맡나

입력 2002-01-23 15:07:00

금강산관광 사업에 정부가 사업주체로 나서겠다는 방침전환은 실로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경분리의 원칙을 굳이 내던지면서, 그것도 정치적 지원이 아닌 정부의 '경영참여' 쪽으로 정책을 돌변하겠다는 홍순영 통일부장관의 발언은 남북교류.대화의 본질을 외면한 '끝없는 퍼주기'의 시작임을 예고하는 꼴이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방안대로라면 당장 현대아산이 2005년까지 물어야할 관광대가 9억4천만달러중 미지급분 5억여달러를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 바로 국민의 혈세로 부담해야 할 돈이다.

여기다 남북협력기금 450억원을 내어놓고, 이산가족.학생들의 관광여비(1인당 10만~20만원) 지원, 면세점 설치 등 각종 경제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복안인 것 같다. 이렇게 해서 월평균 관광객을 최저 수지타산 수치인 5천명선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얘기다.

결국 1년밖에 남지 않은 현정권이 이 엄청난 부담을 다음정권에까지 떠넘기겠다는 발상은 총체적 부패로 얼룩진 DJ정권의 계산서에 '햇볕' 하나만이라도 남겨야겠다는 절박감의 표현으로 보여 답답하다.

정부가 줄곧 고수해온 정경분리원칙을 포기하려는 이유의 하나가 금강산 살리기 이외에 최근 북한이 제의해온 아리랑 축전참여나 대화재개 등 북쪽의 유혹 때문이라면 또다시 '끌려다니기식의 대화'에 일희일비할 가능성이 크다.

한시적 육로개방.아리랑축전 참여.당국대화 제의 등 북한의 잇따른 제안들은 기실 달러부족에 허덕이는 경제난 탈출구, 2월18일로 예정된 부시의 방한을 염두에 둔 대미(對美)제스처 등 다목적 속셈이다.

더구나 북한은 22일 정부.정당.단체 합동회의란 것을 열어서 6.15공동선언의 철저이행 등 3대 제의를 해오면서도 여전히 주한 미군 철수.주적개념 철회.한미군사훈련 중단 등 남북대화요구 속에 덫을 놓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다.

대화든 사업이든 함께 하다가 여차직하면 그 '덫'을 내세워 돌아앉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정부는 이런 술수를 읽고서도 한국관광공사를 앞세워 '금강산'의 대표이사가 되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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