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 일본은 이렇게 준비한다 -(4)손님맞이

입력 2002-01-22 14:28:00

일본어도 모르고 해외여행 경험도 전혀 없는 대구시민 아무개씨가 가이드 없이 혼 자서 일본에서 월드컵 경기를 보고 올 수 있을까? 대답은 물론 '예'이다. 단 경기 장 입장권은 미리 준비할 것.

경제적으로 선진국인 일본은 월드컵이 아니더라도 연간 수백만 명의 외국인이 방 문하는 관광대국인만큼 교통, 숙박 등 손님맞이 인프라가 상당히 축적돼 있다. 게 다가 일본인들 자체도 여행을 즐겨 외국인 관광객을 맞는 소프트 웨어도 상당한 수준이다.

철도, 버스 등 정비된 대중교통망이 3천㎞에 이르는 일본열도 전역을 연결해 놓은 데다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에는 지하철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목적지를 찾아가는 데 큰 불편함이 없다.

공항, 지하철역 등의 안내판이나 도로 표지판은 기본적으 로 한자와 음역된 영어로 표기하고 구내시설물은 그림문자 형식으로 안내해 외국 인도 이해하기 쉽다. 비록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영어 등 외국어로 안내방송을 하 지 않는 도시가 아직 많지만 차내 전광판에는 일본어와 함께 영어 자막을 띄우고 있다.

주요도시 역과 터미널 등지에는 통역가이드가 상주하는 관광안내소가 곳곳에 있고 한국어, 영어 등으로 된 외국어 안내책자와 지도를 다양하게 비치, 외국인 방문 객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월드컵 조직위원회(JAWOC) 사이타마(埼玉)지부 카즈오 모리타(森田和夫) 전 문조사원은 "JR(일본철도)등과 협의, 지하철 안내방송에 영어 등 외국어를 추가할 계획"이라며 "현재 3곳인 관광안내소도 월드컵 기간동안 크게 늘리고 안내책자를 월드컵 본선진출국 독일·러시아 등의 언어로도 제작할 것"이라 밝혔다.

숙박시설을 확보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우리와 달리 일본은 전체적으로 여유로운 형편. 10개 개최도시의 숙박시설이 관광호텔 이상만 21만실에다 비즈니스 호텔 등도 많아 따로 지정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민간자율에 맡겨 놓았다.

이바라키(茨 城)나 시즈오카(靜岡)처럼 일부 숙박시설이 부족한 개최지는 새로 호텔을 짓지 않 고 인근 도시로 관광객을 보낸다는 전략.

외식산업 선진국답게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점도 풍부하다. 일본 전통의 미각 을 선보이는 스시, 우동, 라면 전문점 외에도 이탈리아, 터키, 태국 요리 등을 현 지화한 다양한 레스토랑이 있어 저마다 다른 맛으로 손님을 끌고 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가격을 명시한 모형음식을 입구에 전시, 일본말을 모르더라도 손가락 으로 가리키기만 하면 주문할 수 있고 특유의 친절과 정갈함으로 처음 찾는 외국 인에게도 편안함을 준다.

외국인의 언어소통을 위한 대책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분야. '핫 라인망'은 일본 국토 교통성이 월드컵 기간동안 운영하기로 한 전화 통역 시스템이다. 핫 라 인망은 택시나 버스, 호텔, 식당 등에서 외국인 관광객과 말이 통하지 않아 곤란 했을 때 전화로 해결을 꾀하는 것.

전국 10곳의 개최지에 '지방 콜 센터'를 설치 하고 거기서 해결할 수 없는 경우는 도쿄의 '중앙 콜 센터'에서 대응하는 구조다. 중앙 콜 센터에서 통역 가능한 언어는 한국어를 비롯,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6개국어.

아울러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인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문턱을 한층 낮췄다 . 일본 정부는 그 동안 예금잔고 증명을 요구하는 등 까다롭던 비자발급 절차를 없애고 월드컵 행사기간을 전후로 한국인에 대해 30일간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도 록 한 것.

또 금년부터 단기 비자(유효기간 1년, 체류기간 15일) 조건을 대폭 완 화, 방일한 적이 있거나 일정 소득이 있는 우리 국민에 대해서는 유효기간 5년, 체류기간 90일의 복수비자를 발급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한 일본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9·11사태 이후 고조되고 있는 테러위협에 대비, 소방청은 최근 전국의 소방본부 재해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생화학테러에 대한 훈련을 갖고 탄저균이나 페스트균 등 을 감지할 수 있는 휴대형 검출 장치를 개최지나 미군 기지가 있는 소방본부에 배 치하는 등 긴장하는 분위기.

또 앙숙인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대회전이 삿포로(札幌)에서 개최됨에 따라 악 명높은 영국 훌리건들의 난동에도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JAWOC은 공항에서 흔히 사용되는 X선투시 검사장치와 금속탐지기를 경기장에도 설치하기로 했지만 불안 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JAWOC 경비관계자는 "금속탐지기 체크시간만도 1인당 약20초,게이트가 10군데 있 어도 1분에 30명밖에 입장할 수 없어 수만명의 관중을 어떻게 제때 입장시킬 것인 가가 큰 숙제"라고 고충을 밝혔다.

일본 법무성은 난동전력자를 강제추방할 수 있 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경찰청에서도 훌리건의 얼굴을 숙지하고 있는 스포터(대 질신문 경찰관)를 투입하는 등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삿포로 현지에서는 혹 시나 발생할 지 모르는 불상사 때문에 울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JAWOC의 엔도 야스히코 사무총장은"훌리건의 난동에 대해서는 만전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확신한다"며 "경비에 참고하기 위해 경찰청 관계자들과 솔트 레이크 동계 올림픽도 시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직기자 jig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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