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생태관광의 해 대구.경북의 생태공원-(4)봉화 운곡천

입력 2002-01-21 14:19:0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한국의 시베리아로 불릴 정도로 혹한지로 유명한 봉화군 춘양면.겨울철 최저기온 평균이 영하 15℃ 가까이 떨어져 춥기로 소문난 강원도 철원, 인제보다 더 혹독하다.

태백산맥 아래 봉화 춘양 서벽2리에서 발원, 집단마을인 춘양면사무소가 있는 의양리.사미정을 거쳐 낙동강 본류와 합류하는 명호면 도천리까지 총 길이 30.5km의 운곡천. 이 운곡천은 각종 개발사업에서 소외된 덕분(?)에 수질이 깨끗하고 그 주변환경이 아름다워 춘양면과 법전면 지역 주민들의 젖줄이요, 일대 온갖 동.식물의 생명수 역할을 하고 있다.

(사)멸종위기 야생동식물보호협회의 생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량도 풍부하고 1급수의 청정 수질을 유지하고 있는 운곡천에는 어류.양서류.파충류.수서곤충.초본식물 등 다양한 동.식물들이 자라고 있으며 포유류는 수달.너구리.족제비.고라니.노루 등 19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천연기념물 제323호인 붉은배새매와 황조롱이, 제324호인 수리부엉이와 소쩍새, 제327호인 원앙이 서식하는 등 모두 10목 22과 42종의 각종 조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국립중앙과학관 백운기씨는 "조사면적에 비해 많은 종과 개체수의 천연기념물종이 관찰된 것은 이 지역의 환경이 그만큼 잘 보전돼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꼬리치레도롱뇽과 두꺼비.청개구리 등 2목 5과 9종의 양서류, 장지뱀.까치살모사 등 1목 2아목 4과 12종의 파충류, 딱정벌레목.잠자리목 등 9목 39과 82종의 곤충류, 갈겨니.모래무지.꺽지 등 15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수달이다.운곡천 곳곳 돌출된 큰바위 위에는 수달의 배설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 배설물들은 자신의 세력권을 나타내 다른 수달이 침범해 오는 것을 경고하고, 번식기에는 이성을 찾는 수단으로 매우 유용하게 이용된다.

작고 검은색을 띤 길이 약 5, 6cm 직경 1, 2cm 정도의 이 배설물들은 먹이를 완전히 소화시키지 못한 탓인지 어류와 양서류 등의 뼈가 마른채 남아 있고 낙동강 합류지점을 지나 청량산 입구까지 계속된다.

수달은 환경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한성용(경남대 생물학과) 박사는 "수달은 우리 물환경의 먹이사슬에서 최고 정점에 위치해 조절자 역할을 수행하는 야생동물"이라며 "국제자연보존연맹(IUCN) 보고서에도 수달은 지구의 물환경이 건강한 상태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종이며, 수생생태계의 질서 즉 먹이사슬을 균형있게 조절해주는 핵심종으로 그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로 야간에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수달이 집단 마을이 형성된 춘양면 소재지앞과 하루 수천대의 차량이 통행하는 국도 36호선 인근 하천을 통로로 해 상.하류간을 이동한다는 사실은 이채롭다. 인근 주민들은 새벽시간대에 얼음위로 소리를 내며 다니는 수달의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고 했다. 그만큼 그 개체수가 많다는 이야기이다.

1998년부터 운곡천 일대에서 몇차례 서식지 조사를 했던 원창만(국립환경연구원) 박사는 "운곡천 일대에서 수달의 배설물과 발자국, 먹이 흔적 등을 조사한 결과, 운곡천 수계에서 20~25마리의 개체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수(45) 한국수달보호회장은 이 일대에 약 40여마리의 수달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원창만 박사는 "운곡천에 수달이 많은 것은 수질이 맑고 풍부한데다 많은 어종들이 서식, 안정적으로 먹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인간의 간섭이 적고, 하천변의 자연림과 억새풀 등이 수달의 은신처 및 털다듬기 등의 장소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달의 보금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원 박사는 개체군의 크기가 큰 지역은 3~5마리,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2, 3마리가 격리돼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원 박사의 우려는 수달의 먹이중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어류가 10~15% 정도로 낮은 반면 양서류와 갑각류의 비율이 높다는 것.

이는 수달이 먹이를 얻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데 에너지 균형이 일치하지 않으면 수달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봉화군청은 2000년부터 운곡천 일대에서 서식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수달과 반딧불이 등을 활용한 관광지 조성계획을 마련했다. 새천년준비위원회에서는 즈믄해 상징화사업으로 반딧불이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했었다. 또한 2000년 7월 전국 최초로 조난 당한 수달을 보호, 치료한후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한 수달보호센터를 건립해 운영중이다.

군청은 올해부터 2006년까지 132억원을 들여 반딧불이 공원과 수달복원센터, 메뚜기 생태체험장 등 21세기 테마형 생태공원 조성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관광위주의 이 생태공원조성 계획은 또 다른 환경파괴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과 사업비 확보가 어려워 전면 수정 중이다.

군청 이호순 기획감사실장은 "운곡천 생태공원은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자연을 최대한 활용한 수달생태보전 및 학습공간과 야생조류, 습지식물원 약초원 조성 등을 통한 자연생태계 학습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봉화.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