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월드컵 특수 '남의 잔치',FIFA 독점 비싼 로열티 탓

입력 2002-01-21 12:30:00

대구의 양말 제조업체인 ㄷ실업은 다양한 '월드컵 양말'을 개발하고도 판매를 못할 처지다. 양말에 월드컵 문구나 로고를 사용하려면 국내 FIFA 라이선스 대행업체에 1억~3억원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

이 회사 간부는 "그만한 로열티를 물고 이익을 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라이선스 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월드컵 양말로 수출을 늘리고 새롭게 도약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월드컵 특수에 기대를 걸었던 대구지역 기업, 동성로 상인들이나 각종 축제행사 또한 월드컵의 '월'자도 못꺼낼 판이다.

FIFA가 지난 99년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신청, 마크·대회명칭·마스코트 등 월드컵과 관련한 모든 상업권과 지적재산권을 독점, 월드컵 로고나 문구의 사용은 국내 FIFA 라이선스 대행업체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월드컵의 '남의 잔치'로 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 물건너간 '월드컵특수'

대구시 공동브랜드 쉬메릭은 막대한 로열티를 감당하지 못해 월드컵 로고 및 문구 사용을 포기했다. 라이선스 대행업체가 각 제품마다 별도의 로열티를 요구, 21개 업체에 18개 제품을 생산하는 쉬메릭은 1개 품목당 평균 1억 5천만원, 모두 30억원 상당의 로열티 지불이 불가능했던 것.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대구지역 월드컵 유망기업 31개 업체 중 FIFA 대행업체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제품에 월드컵 로고를 사용중인 기업은 한개뿐. 대다수 기업은 "막대한 로열티에다 라이선스 대행업체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라이선스 계약을 포기한 ㄷ실업은 비싼 로얄티가 주 이유지만 지난 2000년 3월 FIFA 대행업체가 사업성 검토라는 명목으로 1년동안 계약을 질질 끈 것도 한 이유다.

월드컵조직위는 지난 99년 문을 연 국내 FIFA 라이선스 대행업체 CPP 코리아(홍콩계 외국회사)가 비싼 로열티, 계약지연, 해외판로 외면 등으로 원성을 사자 FIFA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FIFA는 지난해 12월 국내업체 코오롱TNS를 새 사업권자로 선정했지만 이 회사 관계자는 "FIFA측의 무성의로 아직 사업인수자료조차 넘겨받지 못해 개점휴업상태"라며 "월드컵이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참가 업체가 나타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월드컵 지원반 관계자는 "FIFA는 월드컵 관련 로고나 문구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지자 법률사무소 등을 통해 침해 사례를 수집하는 한편 전국 지방검찰청에 합동수사반 설립까지 요청했다"며 "FIFA 승인없이 월드컵 로고 및 문구를 사용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2천만원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문화행사도 차질 불가피

월드컵기간 중 다양한 문화행사를 준비중인 동성로·약령시 상인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화행사 역시 FIFA의 승인 없이는 2002월드컵과 관련한 문구를 아무것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

이에 따라 월드컵파이팅응원쇼, 월드컵퀴즈열전, 월드컵참가국 민속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했던 동성로축제의 경우 행사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

월드컵 직전 약령시축제를 열고 월드컵기간에 '인삼특별전시회'를 기획했던 약령시보존위원회도 고심하고 있다. 약령시보존위원회 관계자는 "월드컵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면 그만큼 시장을 찾는 외국인들이 줄어들 것"이라며 "FIFA가 상표등록한 월드컵 관련 문구가 워낙 광범위해 대체문구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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