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반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일 운동'이 크게 번진 적이 있다. 모든 것이 경직되고 억압적이던 당시 사회 분위기는 웃음을 빼앗아간 시절이었으나 강제로라도 웃음을 만들어보자는 발상만은 높이 살만 하다.
웃음은 전염성이 있어 웃는 당사자는 물론 주위의 사람들에게 미치는 순기능이 큰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웃는 낯에 침 뱉으랴'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등은 우리의 '웃음의 미학'이며, 서양 속담에도 '웃음이 곧 명약(Laughter, the best medicine)'이라는 말이 있다.
각종 스트레스성 질병들이 날로 늘어나는 요즘 웃음은 예방의학적 차원에서도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웃음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호흡량을 늘려 준다고 한다.
웃고 나면 몸이 풀리고, 적대감과 분노도 가라앉을 뿐 아니라 면역력까지 높아진다는 임상보고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더구나 웃음은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해 주는 '사회적 신호'의 하나라고 하지 않았던가.
성격적으로 화를 잘 내는 사람은 뇌졸중(중풍) 위험 요인이 없어도 이 병의 발병 위험이 높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는 그 위험이 3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질병통제센터(CDC)의 재니스 윌리엄스 박사는 미국심장학회의 학술지 '뇌졸중' 1월호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1만4천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뒤 8년간 지켜본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그는 또 나이가 60세 미만인 경우도 예외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한해 동안 질병으로 죽은 사람들 가운데 뇌혈관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그중 뇌졸중이 가장 무서운 병이었다. 뇌졸중을 부르는 위험 요인으로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이 꼽혔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화를 잘 못참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충격 때문에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하는 생각을 새삼 해보게 한다.
웃음이 최상의 명약임을 깨달았더라면, 막히고 딱딱한 사회 분위기가 조금 더 부드러웠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그 때문이다.
'논어(論語)'는 '화가 날 때는 환란이 올 것을 생각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모든 환란은 작은 분노에서 시작되므로 이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은 무슨 재미나는 일이 있을까' 하며 출근하는 경우가 적고, '오늘은 정치권에서 무슨 추문이 일어날까' 눈살을 찌푸리며 하루를 시작하기 일쑤다.
분노에 죽음의 큰 원인이 있고, 우리 사회를 어둡게 하는 살인.자살.폭행 등 각종 사건의 원인도 분노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아무튼 자신은 물론 사회를 위해서도 화를 자제하며 웃음을 찾을 일이다.
이태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