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에 걸려들었고 이에 대하여 국회가 야단을 하고 언론이 떠들어대도 동생이 그랬다는 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고 얼굴에 웃음을 띈 채 태연자약하던 검찰총장이 책임을 지고 자리를 물러났다. 그 총장 위세에 그 동생 보아주기에 현직 검사들이 협력을 서슴지 않았다는 의혹이 짙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것이 이 나라의 사법계라면 그런 조직을 뭐라고 명명하며 그들이 휘둘러대는 권력도 폭력이라고 해야할 것이니까 그것은 그들이 잡아 가두는 '조폭'이라고는 할 수 없을 테고 '검폭'이나 '사폭'이라고나 부를 것인가. 정권과 유착된 '검폭'은 우리나라 현대정치사에서 끊일 날이 없었고, 그들이 다스린다고 하면서 사실은 자기네 필요에 따라서 비호를 베풀어 준 권력형 비리, 그 부정부패는 언제나 개혁이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때마침 9.11 테러사건 이후 그렇게 위세 당당했던 미국의 부시 행정부도 이른바 '엔론 게이트'로 만신창이가 될는지 모른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니까 지금 우리나라 게이트에 걸려든 권력층 인사들은 정치란 으레 그런 것이라고 은근히 자위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런 인물들에게는 또 하나의 '희소식'이 있다. 이웃 일본에서는 자주 총리의 물망에도 오르는 자민당 전 간사장 모씨가 재정담당 비서를 통해서 공공공사를 따주면서 3~5%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받고 몽땅 탈세를 했다는 사실이 신문 일면 톱기사로 등장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그 신문 사회면을 들춰보면 지방 국세청 국세국장을 지내고 세무사로 내려앉은 모씨는 백건이 넘는 세무처리를 해주고도 소득신고 하나 없이 예금 통장에 수억엔을 기입해 놓은 채 호화주택만 신축했다는 것이다.
깨끗한 법치를 자랑해 온 일본에서도 이런 정말 불미스럽다기보다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자본주의를 숭상하면서 능력위주를 외치는 사회니까 별 수 있는가고 그런 권력도 그런 재주도 물려받지 못한 하잘것없는 자신만을 모두가 탓해야 하는 것일까.
사실 무슨 주가를 어떻게 조작했다느니, 벤처사업을 어떻게 하는데 누구를 어떤 식으로 어디다 끌어들였다느니 하는 그 게이트라는 사건을 따라가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얽힌 실타래 같아서 도중에 오리무중에 빠지고 마는 이름 없는 서민의 심정이란 눈물도 노기도 이제는 메말라 버렸는지 허공을 바라보다가는 그렇게 진흙탕물 같은 데서도 이 나라가 아르헨티나처럼은 되지 않고 지금도 굴러가고 있다니 이 수수께끼를 누가 풀어줄 수 있는 가고 묻고 싶어진다.
그러다가는 앞으로 무슨 변이 올 것인가고 와락 불안해지면서 가족걱정 자식걱정 근심이 한꺼번에 부풀어오르는 것이다. 이런 비리가 오늘날까지 연면히 이어져 왔을 뿐만 아니라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10년 후쯤'되면 '우리 사회에서 부패가 많이 줄어들 것인가'하고 넉넉잡아서 전망하자고 했더니 거기에 대한 대답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대답은 불과 30%, '지금과 별 차이 없을 것'은 49%,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것이 15%였다고 하지 않는가.
사회적인 비리, 부정부패라는 면에서 본다면 우리 국민은 70% 가까이가 절망하고 있다고 해야 하겠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10년이 돼도 정의가 되살아나고 도덕적으로 품위가 있는 나라가 될 가망이 없고 그 진흙탕물 속에서 살아가려고 모두가 허우적거릴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금년에는 대통령 이하 많은 지방 권력자들이 새롭게 등장하는데, 이처럼 우리 국민이 분노하다 지쳐 있고 절망하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서 도대체 그들은 어떤 결의 비전 정책 또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 가고 물어야 하겠다.
그들은 세상이란 그런 것이니까라고 하면서 진흙탕 물 속에서 역시 비리와 부정부패는 아랑곳없이 권력만 손에 넣으려고 할 것이고 국민은 그런 속에서도 살아간다고 선거부정이 되건 말건 나나 우리 집단이 받아서 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것인가. 아니 그런 비리, 부정부패를 또 다시 방치해 둘 것인가. 준엄한 결단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림대 한림과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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