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경선주자 인터뷰-한화갑 고문

입력 2002-01-21 00:00:00

'리틀 DJ'라는 별명처럼 한화갑 민주당 고문은 "김대중 정부의 개혁을 창조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겠다"고 말했다.

일부 주자들이 '탈 DJ'를 외치는 판에 그는 동교동 비서출신이라는 점을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꼽으며 "당당히 활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현 정부들어 불거진 각종 게이트를 정면돌파하겠다"며 "대구.경북인은 어느 지역과 비교우위를 느끼기보다 한국을 선도한다는 생각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캐치프레이즈는

▲'국민을 편안하게, 국가를 부강하게'로 정했다. 진정한 리더십은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해 국민들이 편안케 하는 데 있다. 21세기 첫 대통령을 잘 선택해야 한 세기 기초를 잘 닦을 수 있다.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과 해법은

▲계층간, 지역간 대립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원칙을 세워 국가시책을 펴야 한다. 그래야 승복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이었으나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독재시대에서 완전한 민주화시대로 가는 과도기적 상황으로 본다. 각계 각층의 억눌린 요구를 동시다발로 처리하다 보니 혼란이 생겼다. 부정부패만 해도 그렇다. 전별금이나 정치인들의 결혼식 부조금 등이 미풍양속처럼 보였으나 이 정부들어 악습처럼 비쳐졌다. 그러니 관습이 충돌한다.

-여야 구도가 어떤 식으로 정립돼야 하나.

▲다당이냐, 양당이냐의 문제인데 다자관계가 돼야 타협정치가 가능하다. 다자가 모여 과반수를 넘으면 소수가 따라온다. 양당대립은 곧잘 극한투쟁으로 이어지고 소수당에 끌려다닌다.

-대부분의 후보들이 본선보다 경선이 어렵다고들 한다.

▲우리당 후보가 누가 되든 경쟁력이 없다고 보는 이도 있다. 본선은 현 위치에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후보가 된 뒤 TV토론과 지상논쟁이 오가면 자연스레 지도자적 자질이 드러날 것이다.

-최근 당권 도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당권에)도전할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두고 한 말이다. 그러나 아직 확실히 양쪽 다 출마하겠다고 공표한 적은 없다. 대권을 위해 노력해왔고 끝까지 그 길을 가겠다. 당권은 부차적인 문제다.

-연대를 점치는 국민이 많다.

▲아직 생각하지 못했지만 질문은 많이 받았다. 필요하다면 여러분과 상의하겠다.

-호남쪽에서도 호남배제론이 나온다

▲'김대중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수십년을 고생했는데 연거푸 될 수 있겠느냐'는 식이다. 하지만 TK에 가면 '우리도 40년 했는데 호남이 한번 더해도 괜찮지 않느냐'는 말도 하더라.

-대선후보의 지방선거 인책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은 지방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어떻게 협력하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아직 나타나지 않은 사항을 가정삼아 문제삼는 것은 당인의 자세가 아니다. 지방선거에 모든 협력을 다할 생각이다.

-내각제 개헌에 찬성한다고 말한 바 있다.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내각제를 선호한다고 했다. 지역특성을 조화시키기 위해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개헌은 국민 공감대와 정당간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각종 게이트가 야당의 선거전략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방어해서도, 두려워 할 이유도 없다. 어차피 해결해야 할 문제다. 말끔히 진상을 밝혀야 국민들도 우리에게 '반성할 줄 안다'고 이해할 게 아닌가.

-동교동계의 현주소는.

▲영입파를 빼면 민주당은 거의 동교동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화를 이루고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에 소명을 다한 분들이다. 상도동계가 김영삼 대통령의 퇴임 후 사라졌듯 김 대통령이 물러나면 동교동계도 사라진다.

-후보들이 출마 선언 이후 반DJ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대통령을 모시면서 정치를 시작한 터에 정치적 성장을 위해 그 틀을 벗어던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대통령의 시행착오를 창조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겠다. 설령 동교동 비서출신이라는 것이 약점이 된다해도 그것 역시 내 자산이다.

-사찰행사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다니고 있다.

▲가톨릭 신자지만 어느 종교든 궁극 목적은 선행이라 생각한다. 내 종교가 소중하면 남의 종교도 소중한 게 아닌가.

-영남지역 불교계와 인연을 맺은 계기는.

▲새 정부들어 얼마 안됐을 때의 얘기다. 부산에서 한 토론회가 열렸는데 '정부가 삼성자동차를 없애려 한다' 'DJ가 부산을 죽인다'고 난리였다. 삼성이 손해가 나 사업을 거둬들이는 판에 정부탓만 했다. 한 토론자는 "다른 (삼성)계열사의 흑자를 돌려 적자를 메우면 된다"고 하더라.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래서 그곳 스님들께 "특정 지방을 죽이는 대통령이 어딨냐"며 "바로 잡아 달라"고 했고 스님들도 흔쾌히 응해 인연을 맺었다. 이후 영남지역 사찰을 위해 여러가지 일들을 해줬다.-선거자금은 충분한가.

▲어떤 후보든 돈 쌓아두고 선거하지 않는다. 일이 되려면 자연 후원자가 생기겠지.

-대구.경북 유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TK는 예의범절을 알고 자존심이 강한 지역으로 알고 있다. 어느 지역과 비교우위를 누릴 게 아니라 한국을 선도한다고 생각하면 전 지역이 경상도로 여겨질 게 아닌가. 분산된 힘으로 세계와 대항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 세계와 이겨야 TK도 있다.

대담:서영관 정치2부장

정리: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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