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스트 캐슬

입력 2002-01-19 14:11:00

'교도소=자유로부터의 단절을 통해 형벌을 가하는 곳', '군대=규율과 통제를 통해 전쟁을 준비하는 곳'.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라스트 캐슬(The Last Castle)'은 매력적인 영화소재인 이 둘을 합쳐 놓은 군교도소가 무대.

이야기는 3성 장군인 어윈(로버트 레드포드)이 대통령의 철수명령에 불복했다는 죄목으로 10년 형을 선고받고 트루먼 군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전설적인 무용담의 주인공이 호송돼 오자 감옥 전체가 술렁거리고 재소자들에게 성주로 군림해 오던 교도소장 윈터 대령(제임스 갠돌피니)은 실전경험이 없다는 콤플렉스에 빠져 강한 질투심을 드러낸다.

"장군이 10주 안에 자살하는 것에 내기를 걸지". 내기를 벌이던 재소자들이 어윈의 당당함과 카리스마에 하나둘씩 감화되면서 윈터의 포악함은 극에 달한다. 교도소에는 쿠데타의 기운이 점차 무르익고 자연스레 어윈에게 지휘봉이 넘겨진다. 맨주먹의 재소자들이 과연 물대포 탱크와 헬리콥터로 무장한 감시병을 이겨낼 수 있을까.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영화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붙잡는다. 로버트 레드포드와 제임스 갠돌피니의 숨막히는 신경전이 흥미를 자아내고 마지막 전투장면도 긴박감과 비장함을 뿜어낸다.

트루먼 교도소는 '죽음의 성'이라 불리며 1898년부터 1992년 문을 닫을 때까지 악명 높은 죄인을 가둬놓았던 테네시주 교도소를 빌렸다. 이 곳을 거쳐간 죄수 중에는 '마틴 루터킹'의 암살을 시도했던 '제임스 얼 레이'도 포함돼 있다. 어떤 어려운신에서도 대역을 쓰지 않기로 유명한 로버트 레드포드는 이번에도 라스트신의 위험천만한 장면에 대역을 마다했다.

그러나 감시병마저 어윈의 인품에 감복해 윈터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는 상황이 '코믹'하고 미국적 애국심을 강조하는 '람보'식 분위기도 입맛에 쓰다. 로드 루리 감독. 15세 이상. 25일 개봉.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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