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명재 검찰에 기대한다

입력 2002-01-17 15:02:00

신임 이명재 검찰총장은 특검에 임명된 것처럼, 항시 사표를 쓰고 자리를 내놓을 비장한 각오로 '검찰쇄신'에 진력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도 그동안의 인사실패와 작금의 심각성을 의식, 고심끝에 재야의 이 총장을 낙점한 모처럼만의 옳은 인사라 하겠다. 따라서 이 총장은 만신창이가 된 '검찰 재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이 총장도 몇번의 고사(固辭)끝에 중임을 맡은 만큼 역대 어느 총장보다 어깨가 더 무거울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어차피 누군가가 지금의 검찰을 다시 일으켜 세우지 않으면 검찰도, 나라장래도 암담한게 작금의 상황이다. 무너진 검찰을 다시 바로 세우기위해서는 우선 이 총장은 비록 임명권자가 대통령이었지만 청와대 등 정치권력쪽과는 일단 담을 쌓아야 한다.

그 쪽을 바라보고, 눈치를 보고, 주문을 듣다보면 '검찰재건'은 처음 구도에서 무너져 '과거형'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게 속성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권력핵심이나 정치권쪽의 어떤 외풍도 검찰독립성에 훼손되는 요인이 되는 것이면 의연하고 단호하게 뿌리칠 수 있는 총장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약8개월간 검찰을 떠나 재야에서 '검찰의 위기'를 바라보고 '이러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을 했다면 그때의 '그 생각'을 '검찰바로세우기'에 투영시켜야 한다. 검찰의 현주소를 가장 현실적이고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기본정신아래 우선 난마처럼 꼬이고 지역·학연 등 연줄에 이리저리 얽힌 '검찰인사'를 그야말로 혁명적인수준으로 단행해야 한다. 이에는 권력쪽의 입김차단도 물론 중요하지만 검찰내부에 이미 상당하게 오염돼 있는 권력지향형의 '정치검사들'을 가차없이 도려내야 하고 '능력'이 아닌 '연줄'로는 소위 출세를 할 엄두조차 낼수없도록 '연줄인사의 폐해'까지 이번에 말끔히 쓸어내버려야 한다.

이런 찌꺼기를 남겨두면 또다시 '대통령 아들'명의의 돈봉투가 난무하고 간부가 정치권 실세와 동반여행을 다니거나 조폭들이 들락거리면서 '형님, 아우'하는 '끼리끼리의 폐해'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양대선거에서 검찰의 중립성을 어떻게 지켜내야 할지도 큰 문제이다. 또 검찰이 현재 수사중인 모든 '게이트'를 특검이 연일개가를 올리는 것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그야말로 '검찰의 역량'과 '법대로'를 어울어 한점의 의혹없이 밝혀내야 하는것도 중대과제이다.

이 총장에 대한 신망이 법조계는 물론 여·야 정치권도 큰만큼 그 기대에 부응, '검찰중흥'의 새 이정표를 마련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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