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의료의 사회주의화

입력 2002-01-17 1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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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는 대부분 전기 밥솥에다 밥을 지어먹지만 연탄 사용 이전까지만 해도 누구나 재래식 부엌에서 군불을 때어서 밥을 지었었다. 부짓갱이 운전사라고 하면 직업이 부엌에서 부지깽이로 군불을 때어 밥을 짓는 순수가정 주부란 것을 우스갯 소리로 하는 말이다.

어떤 분야든지 한 분야에 수십 년씩 몰두하게 되면 그 분야에 노하우가 생겨서 그 방면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된다. 하지만 밥짓는 것을 어깨너머로 몇 번 보았다고, 몇 번 밥을 지어 보았다고 해서 밥짓는데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안다고는결코 말할 수 없다. 또 밥짓는 전문가를 자처해 이러쿵저러쿵 할 수야 더더욱 없으리라 본다.

그런데도 정부는 의약분업이 대통령의 공약사업이란 이유를 들어 전문 지식이나 앞 뒤 생각도 준비도 없이 마치 데모하듯 졸속으로 일을 저질러 놓았다.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한판의 도박판을 벌인 것이다.유럽에서는 건물 하나를 짓더라도 수 십년, 아니 100년을 넘게 걸려서 완성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유로화가 정식 통용되기까지는 15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전문가 집단의 전문 지식을 무시한 우리의 의료보험과 의약분업은 외국의 좋은 점은 모두 뺏어 버리고 그 나쁜점만을 모아놓은, 그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악법이다.

또 이미 파탄 난 의료보험과 의약분업의 재정을 극약 처방을 해서라도 마치 성공한 대통령 공약사업인 것처럼 하기 위해 모든 환자진료의 세부지침을 정부가 일일이 정하여 사회주의 국가의 교시처럼 내려 보내고 있다.

이를 따르지 않고 소신 진료를 계속하는 의사들에게는 가차없이 엄한 처벌이 가해지며 이들 식민지 노예법을방불케 하는 의사처벌법은 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또 다른 법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의사들이 환자를 위해 어떻게 좋은 치료를 해줄까로 고민하는 것과 어떻게 하면 처벌받지 않고 정부의환자치료 세부지침에 잘 따를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는 것 중 어느 것이 국민에게 유익한 정책일까.

장명익(의사.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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