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세계화론 선진국 못된다

입력 2002-01-16 15:19:00

97년 외환위기 이후 '세계화'를 온 나라의 화두(話頭)로 삼다시피 해 온 한국이 막상 세계화 순위에서는 형편없는 것으로 드러나 우리의 세계화 작업이 자칫 '우물 안의 세계화'는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15일 세계 주요국 경제 글로벌화 순위에서 한국을 31개 조사대상국 중 25위에 랭크시켰다. 얼마전 미국의 국제전문잡지 '포린 폴리시'가 세계 62개국을 대상으로 한 '세계화 지수'에서 한국을 중간 정도인 31위로 평가해 다소 충격적이었으나 일본경제연구센터는 한국을 아예 최하위권으로 치부해 버린 것이다.

물론 외국기관의 평가에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지만 이처럼 잇따라 비슷한 평가를 하고 있음은 우리의 세계화 추진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는 경종으로 들린다.

세계화 순위는 대체로 무역, 외국인 투자 등 세계 교역 정도와 해외여행, 국제전화 사용, 영어 능력, 국제 사회 참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한국은 세계 13대 무역국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정작 중요한 해외 투자 유치와 국제 사회 참여도 등은 거의 낙제점에 가깝다. 각종 기업 규제로 한국은 이미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국제적 낙인이 찍혀있다.

경제 블록화가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지만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 하나 체결하지 않은 희귀한 나라로 전락했다는 사실도 우리의 세계화 능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화 순위에서 극명하게 대비되는 나라는 아일랜드와 일본이다. 서유럽의 골칫거리였던 아일랜드는 국영기업을 사유화하고 24%이던 법인세율을 내년에는 12.5%까지 내리겠다는 과감한 개혁으로 세계화 수준에서는 최상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세계 제2 경제대국 일본은 세계화 수준에서는 오히려 한국보다 뒤지고 있다. 개혁 점수가 형편없기 때문이다. 세계화지수가 그 나라의 경제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경제의 '역동성'과 '경쟁력'은 나타내준다. 아일랜드와 일본의 명암 교차를 교훈삼아 우리의 세계화 가도를 재점검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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