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가정 살기 너무 힘겹다

입력 2002-01-16 14:15:00

"아이를 억지로 달래가며 옷을 벗기고 탕 안으로 들어가려하자 아이는 '고추'를 가리며 울기 시작했다.무섭다며 안들어 가겠다고, 아빠랑 남탕에 간다며…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끝내 다시 옷을 추스르고 나왔다. 나는 속으로 울었다". 〈아이디 'skok00'(이혼 4년째인 여성)〉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이고 잘 사는 것인가, 회의감이 드네요. 사니까 그냥 사는거고,애들 가끔씩 보는 낙으로 사람이 사는 건가요. 무언가에 취미를 붙여야 되는데 어렵네요. 모든 것이 소극적으로 변합니다". 〈아이디 chungds02(이혼 1년째인 남성)〉

남편이나 아내없이 자녀와 함께 사는 '한부모'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털어놓은 가슴아픈 사연들이다.배우자와 사별이나 별거, 이혼 등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은 지난해 전체 가구 수의 9.4%까지(2000년도 인구센서스) 증가했다.

이 중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의 숫자는 24만5천가구로 지난 90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대구에만도 모자가정 7천381가구,부자가정 2천242가구로 모두 9천600여가구(2001년 기준)에 이른다.

사별이나 이혼으로 인해 반쪽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는데는 배우자가 없다는 정신적 충격과 부담외에도 생계와 육아, 자녀교육 등생활전반에 걸쳐 수 많은 애로가 따른다. 여기에 '결손가정'이라는 사회적 편견은 자녀들의 마음까지 멍들게 한다.

특히 우리사회에서 여성가장은 호주제에 따른 사회적 차별과 이혼녀에 대한 부정적 인식, 눈에 보이지 않는 온갖 불이익과 지치도록 싸워야한다. 이때문에 상당수 이혼녀들은 이웃과 직장은 물론 친척에게도 이혼사실을 숨기며 이중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2년전 이혼한 정모(35.여)씨. 7세된 아들을 친정에 맡겨두며 직장생활을 하는 그녀는 이혼 후 직장을 두 차례나 옮겨야만 했다. "이혼을 하고 나니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직장 상사와 동료까지 이상한 눈빛으로 보는 것같아 다른 직장을 구했습니다. 같은 이유로또 한번 직장을 옮겼는데 지금은 남편이 외국지사에 파견근무중이라고 속이고 있지요. 이혼 후 친구들과 거리가 멀어지고 대신 친하지 않던 학교 동기 중 이혼녀들과 가깝게 됐어요".

한부모 가정 특히 저소득 모자가정을 짓누르는 짐은 생계문제이다.함께하는 주부모임이 최근 대구시내 복지시설과 여성가장모임 등을 통해 여성가장 5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조사 대상의 34%가 한 달 수입이 20만~40만원이며, 94%가 1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자들 중 전문직 여성은 거의 없으며, 저소득 계층이라고 하지만 이같은 금액은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또 일하는 시간 동안 자녀탁아에 대해서는 21%가 '혼자 내버려둔다', 18%가 '데리고 다닌다'고 응답, 자녀 때문에 직장을 구하는데 큰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부모 가정을 더욱 외롭게 하는 것은 이들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는 현실이다.지역의 경우 함께하는 주부모임이 '한부모 교실'을 운영하고 '여성가장연대'란 소모임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출범한

모자세대지원센터가 상담과 결연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시작에 불과하다.함께하는 주부모임 김명희 간사는 "한부모 가장, 특히 여성가장들은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외로움으로 힘들어하고 다른 사람의 사소한 언행에 신경이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에게 자립심을 키워주고 자녀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는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한부모 가정에 도움될 사이트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 성 상담소(www.hanbumo.womenlink.or.kr)

한국가정법률상담소(www.lawhome.or.kr)

한국여성의 전화연합(www.hotline.or.kr)

한국가족상담연구소(www.consult.or.kr)

굿모닝쏠로(www.ssolo.com)

한부모닷컴(www.hanbumo.com)

나우미(www.now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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