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직장 멋쟁이-튀는 차림보다 은은한 개성파

입력 2002-01-16 14:17:00

직장의 멋쟁이들. 남들로부터 은근히 부러움의 대상이 되면서도 눈총받을 때도 있다.'폼생폼사(폼에 죽고 폼에 사는)'라느니 괜한 깔끔을 떤다느니, 따가운 시선과 편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치열한 경쟁으로 숨막힐 것 같은 직장분위기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보수와 금기의 벽을 허무는 데 앞장서는 전사(戰士)역할에 만족하는 그들이다. 직장생활에도 성실하고 멋도 부릴 줄 아는 멋쟁이 직장인들의 얘기를 연재한다.

동아백화점 쇼핑점에 근무하는 입사 8년차 정석우(33) 대리. 줄무늬가 있는 회색계열의 정장차림에 무스를 발라 단정하게 빗어넘긴 머리. 학창시절엔 홍콩 영화배우 유덕화로 불렸을 정도로 외모가 반듯하다.

백화점 직원의 특성상 튀는 옷차림보다는 회색이나 감색 정장이 근무복이라는 불문율 속에서 그는 최대한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계절별로 2벌정도 밖에 없는 양복정장의 단조로움을 와이셔츠와 넥타이로 극복한다. 평일에는 회색이나 푸른색 계통의 와이셔츠,주말에는 겨자색, 노란색, 파란색 와이셔츠로 날마다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휴무 다음날엔 새출발한다는 기분으로 흰색 와이셔츠에 줄무늬 넥타이로 멋을 낸다. 넥타이는 모두 100여개, 와이셔츠는 20벌이나 된다. 향수도 8개 종류를 갖춰 옷차림에 따라 구분해 사용한다. 늘상 보는 게 고급 브랜드 제품이지만 그는 '중저가'를 고수한다. 양복정장은 30만원대 제품을 선호한다. 백화점에서 쇼핑할 때가 많지만 상설할인매장도 애용한다.

그의 관심은 겉모습을 꾸미는데만 그치지 않는다. 그는 누구보다 자기개발과 관리에 철저한 사람으로 소문나 있다.출근 전에는 간단한 운동을 하고 학원에서 영어회화를 공부한다. 퇴근 후엔 전자기타와 컴퓨터를 배운다. 전자기타를 시작한 것은자신만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정씨는 퇴직 후엔 그룹사운드를 만들어 세계 각지를 다니며 기독교 복음을 전파할 꿈도 갖고 있다."이미지메이킹 차원에서 튀지 않으면서 은은한 멋을 내기 위해 신경씁니다. 만약 복장이 완전히 자유로운 직업에 종사했다면 머리에 염색도 하고 힙합 스타일의 옷도 즐겨 입었을 겁니다".

김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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