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은 3~6세에 학습 준비를 하고, 7~9세가 되면 학습이 습관화되며, 10~14세에는 지식적 재능이 발휘되기 시작한다고 교육학자들은 말한다. 중학교 2학년이 되는 15세가 넘으면 학습에 대한 태도가 이미 굳어져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론을 떠올린다면 초등학교 때의 자녀 교육이 얼마나 중요하며, 장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물신주의'와 '배금사상'으로 날이 갈수록 짙게 물들어 가는 오늘의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 어린이 교육에 대해 우려되는 바도 적지 않다.
최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에게 경제 교육을 시키는 부모들이 늘고, 관련 책들도 잘 팔린단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초등학교 고학년들을 대상으로 한 저축.주식 투자 등 기본적인 경제 개념을 가르치는 강좌와 교육 캠프들이 성황이란다.
어린이 경제서적 판매도 지난 한해 동안 그 전보다 3.5배나 늘어나고, 이 관계 전문 출판사와 인터넷 사이트들까지 등장한 모양이다.
이 같은 어린이 경제 교육 열풍은 IMF 관리 체제를 겪으면서 경제적 지식과 의식이 다른 과외수업 못지 않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지만 간과할 일은 아닌 듯 하다.
어린이들에게도 이젠 성공의 개념이 공부를 잘 하는 데서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바뀌고, 부모들도 자녀들에게 일찍부터 경제 마인드를 심어줘 장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생긴 탓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실상 물신주의나 배금사상은 인간의 본능적인 탐욕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힘을 들여 가르치지 않아도 누구나 스스로 타고 나게 마련이다. 그 탐욕을 자제하라는 뜻에서 과거엔 학교에서 '황금을 보기를 돌 같이 하라'고 가르쳐 오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정책도 학생을 교육의 소비 주체로 간주하고 학교에 소비자 중심주의 개념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사회가 온통 권력과 금전만 추구하는 난장판이 되지 않을지 우려한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아무튼 요즘 가치관의 변화를 놓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대한 기초교육은 현대사회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재테크 먼저 가르치는 건 경계돼야 할 문제가 아닐는지….
'국부론'의 저자인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조차 "영리를 추구하다 보면 지성은 갈수록 위축되고 정신의 함양은 불가능하며 교육은 무시당한다"고 지적하지 않았던가. 요즘 과외수업이 이래저래 걱정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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