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졸속 교육개혁 學力 저하 불렀다

입력 2002-01-14 15:21:00

초·중·고교생 10명 중 3명이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5개 주요 과목의 학력이 보통 이하의 기초학력 수준이며, 20명 가운데 1명은 기초학력에도 못 미친다니 크게 우려된다. 더구나 그 비율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아지고, 도시와 농촌 간의 학력 격차도 심각한 수준이어서 우리 공교육의 위기와 그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말해 주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전국 초·중·고교생 2만9천5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업성취도 분석 결과에 따르면, 특히 수학·사회 등 사고력과 응용력을 요하는 과목은 10명 중 1명 이상이 기초학력 미달이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창의력과 사고력·응용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결코 좌시할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의 학력 저하 현상은 벌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기초학력이 모자라 도저히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학생이 이처럼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대입 제도가 학교교육 정상화에 아무런 기여를 못 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교실 붕괴'만 가져왔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현 정부 이후의 교육 개혁은 성급하고 어설프게 추진돼온 바람에 학력 저하가 가속화된 측면이 강하다. 아무리 특기·적성이 강조되는 시대라 하더라도 기본적인 학력과 소양은 갖춰야만 한다.

우리 교육 현장의 수업 분위기는 학력 저하가 말해 주듯이 너무 엉망이다. 학원에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반면 교실에서는 낮잠을 자는 학생이 더 많은 수업 형태를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지식기반사회'가 구호에 그치지 않을 수 있으며, 21세기 무한경쟁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기초학력의 국가 책임 지도를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예산을 배정하고 판별 도구도 보급하기 시작했지만, 교육정책 당국은 학력 저하 현상이 국가의 미래에 대한 적신호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전반적인 학력 수준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개선책과 함께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부추기는 교육 체제에 대한 전면 재검토도 따라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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