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비 정찰제 내건 인성오씨

입력 2002-01-14 14:06:00

'운전은 할 줄 안다. 그러나 차는 모른다'. 한 자동차 정비업체의 이같은 광고 문구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10년을 운전해도 펑크난 타이어 한번 직접 교체해보지 않은 사람도 많다.

자동차 정비업소 '카 토피아'의 사장 인성오(42)씨도 그런 사람이다. 23년 동안 운전을 했지만 자동차에 대해 아는 바는 거의 없다. 그런 그가 지난 해 자동차 정비업소를 차렸다.

"열아홉살 때부터 운전을 했는데 자동차 정비업소에 차를 맡기기만 하면 늘 바가지를 쓴 기분이었어요. 업소마다 가격이 다르고, 걸핏하면 이것도 고쳐야 하고 저것도 고쳐야 한다고 겁주는 겁니다". 인성오씨가 자동차 정비업소를 차리고 철저한 정찰제를 도입한 이유다.

그의 가게는 일단 싸다. 타이어는 공장도 가격, 엔진오일은 1만원이다. 남는 게 없을 듯 하지만 그렇지 않다. 정비업소는 정비로 이익을 남겨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장애인 운전자에게는 엔진 오일을 무료로 교환해준다. 그가 장애인 운전자에게 엔진오일을 무료로 제공키로 마음먹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자동차 정비업소를 차릴 작정으로 몇 달간 대구시내 대형 쇼핑센터 주차장에 시장 조사를 다닌 적이 있어요. 하루 종일 주차장에 머무는 동안 이해하기 힘든 광경을 보았습니다. 멀쩡한 사람들이 장애인 스티커가 붙은 자동차를 몰고 와서는 장애인 주차 공간에 차를 버젓이 세우는 겁니다.

그리고 씩씩한 걸음으로 매장으로 향하더군요. 한 두 사람이 아니었어요. 장애인 주차공간에 세운 차의 80, 90% 이상이 비장애인이었습니다.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어 세금이나 연료비 혜택이 있는 장애인 차를 사는 건 좋습니다. 그러나 장애인이 타지 않았는데도 장애인 주차공간에 주차하는 건 너무 한다 싶었어요. 진짜 장애인들은 먼 곳에 차를 세우고 한참 걸어야 한다니 말이 됩니까?".

인씨는 그들의 행동이 괘씸해 몇 번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가 오히려 욕만 돌려받았다고 털어놓는다. 효과없이 얼굴만 붉히기보다 차라리 장애인들에게 실제적인 이익을 주자고 시작한 것이 엔진 오일 무료 교환이다.

현재는 엔진 오일 정도이지만 차츰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혜택을 줄 작정이다. 인씨는 절대 장삿속이 아니니 마음 푹 놓고 이용하라고 덧붙인다.

인씨는 자동차 정비업소가 정찰제로도 얼마든지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단언한다. 고객이 서비스에 만족하면 반드시 다시 찾게 되고 결국 적지만 꾸준히 이익을 남기게 된다는 말이었다.

그는 정비사들의 복장에 유난히 신경을 쓴다. 일주일에 3번 이상은 꼭 빨아서 입도록 지시한다. 정비사들이 기름때와 먼지가 덕지덕지 붙은 정비복을 입고 운전석에 앉는 것만으로도 운전자들은 불쾌해하기 때문이다. 30년 사회복지활동을 해온 어머니의 영향때문일까. 인씨는 '카 토피아'의 사훈을 '빛과 소금'으로 정해놓고 있었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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