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은 중앙고속도가 완전 개통된 지 한달 되는 날. 이 고속도가 경북지역에 일정한 변화를 불러 올 것임은 이미 예상된(본지 2001년 7월 시리즈) 일이나, 그 영향은 한달 사이에만도 눈부실 정도이다. 시외구간 버스노선과 철도 등이 승객수 변화로 긴급 대응에 나서고 있고 활어 등의 상권이 달라졌으며, 내륙 농공단지 입주를 탐색하는 기업들도 증가했다.
◇교통망에 급격한 변화=경북 북부권에선 이미 서울 방향 교통망 변화가 급격히 진행됐고, 대중 교통수단들도 대처를 서두르고 있다. 수도권 접근에는 중앙고속도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
안동 경우 종전 문경 및 중부고속도를 거쳐 4시간30분이나 걸려 서울로 다니던 시외버스들이 텅 비고 있다. 대신 중앙고속도~영동고속도를 거치는 버스를 타면 1시간 이상 단축할 수 있다는 것. 그때문에 기존 서울행 시외버스 회사가 중앙고속도 경유 신규 노선 개설을 서둘러 신청했다.
철도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새마을호를 타고도 안동~서울 사이에 4시간5분이나 걸리는 현재 방식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 안동역은 운행시간을 3시간 이내로 단축시켜 달라고 철도청에 요청했다.대구·구미 등을 거치던 의성 군민들의 서울 나들이길도 변해 중앙고속도 원주 만종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 바꿔 탐으로써 2시간30분이면 서울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
영덕 역시 포항~경주~서울에서 안동~서울로 바꿈으로써 서울 가는 시간이 6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자 활어차 수송업을 하는 김덕만(44·영덕읍)씨는 "축산·강구산 활어의 서울 수송에서 연간 수백만원의 득을 보게 됐다"고 했다. 역으로 서울·경기지역 관광객들의 영덕 등 방문도 크게 늘 것으로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활동권 전환도 잇따라=청송읍에서 학원을 하는 김병규(42)씨는 스키장 이용을 수안보에서 강원도로 바꿨다고 했으며, 영주에서 겨울철에 회원을 모집해 스키 강습을 하는 조경식(37)씨는 "무주·충주 인근으로 스키를 타러 가던 사람들이 고속도로 완전 개통 후 대부분 강원도 스키장으로 간다"고 말했다.
영덕군청 황승일 담당은 "중앙고속도 개통 이후 치악산 등 강원도 지역로 등산·여행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 단양 대강면에서 식당을 하는 강춘자(46)씨는 "영주·풍기 등 경북 북부 손님이 외식을 많이 와 식당 손님이 하루 150여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했다.
영양읍의 고추 중간상인 박동현(47)씨는 고추 판로를 안동 고추시장에서 서울 양재동 물류센터나 가락시장 등으로 넓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안동에서 불과 3시간이면 갈 수 있어 이익이 더 날 것이라는 것. 포항·부산 등에 치우쳐 있던 영양고추 소비자 직거래처 역시 서울·경기 지역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확산될 것으로 지역민들은 보고 있다.
◇경북 북부 방문객 상당폭 증가=풍기 인삼시장 경우 예년 이맘 때는 비수기였으나 중앙고속도 개통 후 손님이 50% 이상 늘어 활기를 띠고 있다. 만석인삼사 장병헌(40)씨는 "고속도 개통 전엔 평일 100~130여명, 공휴일 200여명이 찾았으나 지금은 각각 200여명 및 300~350여명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비수기엔 문을 닫던 가게도 잇따라 문을 열어 운영 중인 점포가 45개에서 53개로 늘었다. 풍기인삼 판매인조합 권오득(44) 사무국장은 "비수기인데도 요즘은 평일엔 1, 2대, 일요일엔 4, 5대의 버스 단위 단체 손님이 몰릴 정도"라고 전했다.
영주시청 문화유적 관리사무소 정영화(51)씨는 "소수서원 방문객이 평일 20~30%, 주말·일요일 50%씩 늘었다"고 했다. 문화유적 답사객 역시 증가해 지난 3일엔 서울 동구로초교 여교사 10여명이 1박2일로 소수서원 등을 답사했고 한국문인협회 10여명도 부석사 등을 찾아 토론회를 열었다. 14일엔 경북도내 감리교회 교역자 30여명이 기독교 유적지를 답사했다.
◇동해안 휴양객도 늘어=지난 주말과 일요일 울진 백암온천 관광단지 곳곳에서는 서울·경기·충청지역 차량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상가 주인 김남희(여·49)씨는 "전에는 휴양 차량은 거의가 경북·경남·부산이었으나 최근 들어 서울·경기지역 차량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백암 LG생활연수원 김태근(29)씨는 "그동안 이 연수원 이용자의 30% 정도만이 서울·경기지역 사원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예약만 할 뿐 취소하는 경우가 허다했다지만 중앙고속도 완전 개통 뒤엔 하루 평균 800여명의 이용자 중 서울·경기지역 사원들 비중이 40%로 높아졌을 뿐 아니라 예약 취소도 거의 없어졌다"고 했다.
서울에서 영주~봉화를 거쳐 이곳까지 오는데 4시간이면 충분해 가족단위 사원 휴양객이 갈수록 증가하리라는 것이 김씨의 전망이었다.
울진·영덕 등을 찾는 서울·경기지역 휴양객 증가하면서 35번 국도의 봉화·영양 구간 외지 차량 통행량도 늘자 이 구간 식당 등의 손님도 증가했다. 영양 수비면 소재지에서 식당을 하는 김경은(여·52)씨는 "점심을 수비에서 먹고 가는 행락객들이 적잖아졌다"고 했다.
반대로 동해안 도로를 거쳐 봉화~영주~중앙고속도를 통해 충청·서울·경기 지역으로 이동하는 부산·경남 차량들도 부쩍 늘고 있어 이 지역의 경기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업주들은 기대했다.
◇공장·연수원 등 입지 탐색 증가=조성 4년째인데도 가동업체가 1개 뿐이던 봉화2농공단지에서는 중앙고속도 개통 이후 계약만 했던 4개 업체가 건축 공사를 시작했다. 또 부천의 한 통신장비 업체는 신규 입주를 희망해 계약을 마쳤고, 다른 2개 업체도 입주를 희망하고 있다고 군청 박영철 상공지원 담당이 전했다.
60%를 밑돌던 군위 효령농공단지 가동률은 100%로 높아졌으며, 분양이 안돼 문제가 컸던 군위읍 수서농공단지 분양률도 90%로 높아졌고 나머지 4필지의 분양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군위는 전원주택지로 부상해 경북대가 효령면 마시리 일대 12만평에 교직원촌을 건립키 위해 군청과 협의 중이고, 효령면 고곡리엔 농산물 유통센터, 군위읍 오곡리엔 대규모 축산물 종합처리장이 유치됐다.
의성은 일반국도망까지 겸비해 중앙고속도 개통 후 심지어 수도권·부산·마산 등의 기업들까지 다인농공단지 입주를 문의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마산의 중간에 위치함으로써 중간 거점으로 경쟁력이 뛰어 나다는 것.
안동에선 전같으면 상상조차 못했을 기발한 사업 아이디어들이 고속도 개통 후 떠오르고 있다. 안동에 본점으로 두고 전국에 지점을 여는 '안동 전통음식 프랜차이즈'가 그것으로, 한 식품업체가 헛제사밥·간고등어밥 등으로 메뉴를 꾸며 이 일을 추진 중이다.
서안동IC 부근의 광역권 물류기지 사업에도 활기가 붙었다. 중앙고속도 개통 효과가 확인되자 입주 의향서를 내는 업체가 전국에서 줄을 이어 연내 착공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일부 경제권 이탈 조짐도=예천의 상인들은 서울 길이 1시간 이상 단축되자 물품 구입선을 대구에서 서울로 돌리고 있다. 예천읍 남본리 이영숙(49)씨는 "서울로 가면 옷 등이 더 다양한데도 값은 대구보다 10~20% 싸다"고 말했다.
청송에서 6년째 활어회 장사를 하는 임현복(60)씨는 포항 죽도시장으로 가던 활어 구입 발길을 강원도 묵호항으로 바꿨다. 청송지역 활어회 수송업·식당업자 16명도 마찬가지.
안동에서 생활용품을 구입해 오던 청송 군민들은 중앙고속도 개통 후 대구 칠곡 등의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이런 현상은 수도권과의 교통 편의가 높아진 반사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폭 심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경북 북부지역민들은 보고 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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