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가난, 추위와 배고픔은 인류에게 그림자 같은 멍에다. 50, 60년대 보릿고 개를 지나던 무렵은 말할 것도 없고 소득 1만달러 시대에도 그것들은 존재했다. ' IMF 통치'라는 서슬퍼랬던 시절을 견뎌냈고 외환보유고 사상최고라는 '꽃피는 봄' 이 왔지만 가난과 질병은 여전히 북국의 겨울처럼 맹위를 떨치고 있다.
대구시 달서구 신당복지관 소속 '살미들 사랑회 주부봉사단'(회장 손외숙, 부회장 김정애). 우리 곁에 늘 머무는 '북국의 겨울'을 녹이는 사람들이다. 이 봉사단은 대구시 달서구의 아파트와 종교단체 등 16개 부녀회 150여명 회원으로 구성, 대 구시 달서구 신당 복지관과 함께 활동한다.
'살미들 사랑회'의 봉사활동 대상은 달서구 성서 주공 3단지의 주민들. 이 아파트 에는 누군가의 도움없이 살기 힘든 영세민, 장애인, 홀몸노인들이 많다. 큰 부자 도 없지만 그렇다고 끼니를 걱정할 만큼 가난한 사람도 없다는 성서지역 아파트촌 의 거의 유일한 음지인 셈이다.
장애인, 영세민, 홀몸노인들의 청소, 빨래, 반찬, 생일상, 목욕, 주민잔치 등 성서 주공 3단지 주민들의 대소사에 관한한 '살미들 사랑회 주부봉사단'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이 아파트 전체 800여가구 주민 중 300여가구가 이들의 도움을 받는 셈이다.
'살미들 사랑회'의 봉사활동은 요란하지 않지만 끊이지 않는다. 1996년 시작한 이 래 변함이 없다. 전체 회원이 150여명인 만큼 회원 각자는 한 달에 1, 2회 3, 4시 간만 비워 두면 된다. 그 덕에 생업이나 취미 생활에 지장을 받는 일도 없고 봉사 활동이 지겨워지는 경우도 없다. 습관처럼 혹은 의무감으로 봉사에 임하는 사람들 이 아니기에 회원들은 미소를 잃지 않는다.
영세민, 홀몸노인 중에는 까닭없이 시 비를 걸어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어제도 봉사, 오늘도, 내일도 봉사해야 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본의 아니게 버럭 화를 내기 십상.
그러나 '살미들' 회원들에겐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릴 이유가 없다. 한 달에 한 두 번 봉사에 임하는 덕분에 언제나 처음같은 마음으로 봉사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십시일반'의 미덕이 고스란히 실현되는 현장인 셈이다.
'살미들 사랑회 주부봉사단'은 원래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주공 3단지 주민 들간의 자생조직으로 출발, 달서구 전역으로 퍼져나간 독특한 단체다. 그래서 이 들의 이웃사랑은 성금이 아닌 150여명 회원들의 시간과 노동을 근간으로 한다. 그 덕에 몰랐던 이웃의 아줌마도 알게 되고 덤으로 정보교환, 취미활동에도 도움을 받는다.
'살미들'은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기 이전 대구시 달서구의 너른 들판 이름이라고 한다. 누렇게 익은 곡식이 가난한 이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들판. 주부봉사단 '살 미들 사랑회'는 너른 들판의 잘 익은 곡식처럼 우리를 푸근하게 해준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