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 하산 알리(45)씨는 이집트 카이로의 중심가에 있는 작은 가구공장의 가구조립공이다. 그가 하는 일은 준비된 가구뼈대에 솜을 넣고 천을 덮어씌운 다음 못을 쳐서 고정시키는 작업이다.
보통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지속되는 고된 일이다. 그는 현재 두 명의 부인과 여덟 명의 자녀들을 두고 있으며, 모두 한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보통 이슬람세계에서 한 남자가 두 명 이상의 여자와 결혼할 경우 각자 다른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경제적인 여건에 따라 삶의 형태는 천차만별이다.
두 명의 여자와 결혼한 이유를 묻자 그는 아주 진지하게 "각 여자마다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일부일처' 밖에 몰랐던 필자의 눈에는 두 여자와 합법적으로 결혼해서 살고 있는 이 이집트인 남자가 의문투성이의 존재로 다가왔다.
"두 아내를 과연 똑같이 사랑할 수 있느냐? 결혼생활에는 문제가 없느냐?"는 의구심 가득한 질문에 그는 "두 아내를 똑같이 사랑하지만 가끔씩 서로 질투심이 폭발해서 싸우는 것이 문제"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모르긴해도 엄마가 다른 여덟 명의 자녀들이 서로 우애있게 지내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가난한 집안이라면 더 큰 문제다. 알리씨의 경우 가구공장에서 받는 쥐꼬리만한 월급으로는 대식구가 입에 풀칠하는 것조차도 어렵다고 옆에 있던 알리의 친구가 살짝 귀띔해 주었다. 그러나 대화내용을 눈치챈 알리가 "먹을 것은 알라신(神)이 마련해준다"며 걱정없다는 듯 느긋하게 답했다.
마침 가구공장의 사장인 이스마엘 케인(62)씨도 대화에 끼어들더니 "실은 나도 두 명의 아내를 두고 있다"고 말해 모여있던 사람들 모두가 웃음보를 터뜨렸다. 덧붙여 케인씨는 "현재 세번째 아내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해 다시 한 번 주위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이집트에서는 기혼남성의 3% 정도가 두 명 이상의 아내를 두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혼기를 놓친 많은 이집트 젊은이들에게 일부다처는 전혀 남의 일이다. 또한 이집트의 상류사회에서도 일부다처제는 별로 인기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연히 현존하고 있는 일부다처제는 중동지역에서 이슬람교가 전파되기 이전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뿌리깊은 문화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네 명 이하의 아내만을 둔다는 규정이 없었던 옛날엔 열명, 스무명 등 수많은 아내를 거느리며 재력을 과시하는 경우도 있었다한다.
스스로 철저한 이슬람교도라고 밝힌 카이로 대학의 이슬람문화 교수인 라미아 엘 하디디(34)씨는 "마호메트가 이슬람교를 창시하면서 네 명의 부인만으로 못박은 것은 당시로 봐서는 엄청난 문화적 혁명"이라고 해석하면서 "이슬람교가 일부다처제의 근원인 것처럼 서구세계에 알려져 있는 것은 완전히 왜곡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집트를 비롯한 이슬람국가에서는 네명 이상의 여자와 결혼하는 것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초에는 의류체인점을 운영하는 유명한 이집트 사업가가 다섯 명의 아내를 두었다는 이유로 구속돼 지금까지도 재판이 진행중이라는, 이방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소문도 들려왔다.
일부다처제에 대한 이집트 여성들의 입장은 남성들과는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이집트 최대 일간지 알 아흐람의 문화부장인 여기자 무치라 무싸(50)씨가 스스로 밝힌 자신의 사례는 대부분 무슬림(이슬람교도) 여성들이 겪는 삶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그녀의 경우 결혼 후 몇 년만에 남편과 성격문제로 인해 이혼했다. 이미 그 남자와의 사이에 아들을 하나 낳은 후였다.
그후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재혼했다. 그러나 더이상 아이를 출산할 수 없게 된 그녀와 아이를 갖기 원했던 남편간에 갈등이 싹트기 시작했고 마침내 남편은 아이를 낳아줄 다른 여성을 찾아 결혼할 결심을 굳히게 됐다. 남편은 "아내로 계속 남아주기를 바란다"고 부탁했지만 그녀는 이혼을 선택했다.
물론 무싸 부장처럼 직장생활을 하거나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과감하게' 이혼을 선택할 수 있지만 대다수 무슬림 여성들의 경우에는 경제적인 능력이 없기 때문에 '운이 나쁜 경우' 남편의 두번째나 세번째, 네번째 아내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한 집에서 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이슬람세계의 많은 기혼여성들은 언제든 남편이 다른 여성들과 결혼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전전긍긍하게 되고 심지어는 정신과 의사를 찾는 경우도 많이 늘고 있다.
카이로의 정신과 의사인 사다위씨는 "심지어 남편의 다른 아내나 남편을 살해하는 꿈에 시달린다고 호소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고 밝히면서 "일부다처제가 여성들을 방어적이고 수동적으로 만드는 굴레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일부다처제를 옹호하는 이집트인들은 결혼 후 남성들이 아내 몰래 첩을 둔다거나 다른 여자가 생겨서 본처에게 이혼을 요구하여 갑자기 본처의 생존권을 빼앗는 문제를 일부다처제가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반면 여성인권운동가들은 이슬람세계에서 일부다처제는 사회적으로 여성의 지위와 깊은 연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슬람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보편화되는 시기가 오면 이 제도는 자연스럽게 소멸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영식 youngsig@otenet.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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