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지역문화 과제와 전망-4)지역연극계

입력 2002-01-12 14:02:00

지역연극계의 지난 한해는 외형적으로는 특기할 만 했다. 2001년 6월 대구 극단 연인무대의 전국연극제 대상 수상 소식에다 11월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의 대구.경북 팀 선전, 경북대 연극동아리의 대학연극제 대상 수상 등으로 그간 잔뜩 웅크린 허리를 한번 크게 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연 올해의 과제는 일단 이같은 상승기조를 발전적으로 이어가면서 내실을 다지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계기는 만들어졌으되 대안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상황이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점. 연극을 보려는 관객 수는 계속 줄어들고 좋은 연극을 만들기 위한 후원을 포함한 물적토대도 오랜간의 불경기로 여의찮다.

또 연극계의 신진대사를 활성화 시켜주는 뉴페이스의 등장도 시원찮다. 더구나 연극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예술을 향한 투지도 자꾸만 빛바래지고 있는 실정에다가 예술계의 고질인 편가르기 양상은 연극계에서도 예외없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두에 서야 할 이들은 역시나 연극계일 수밖에. 따라서 대구 시립극단을 필두로 일반 민간극단(대구연극협회 소속)의 분발이 또 다시 지역 연극계의 발전을 끌어낼 견인차일 수밖에 없을 듯 싶다.

그런 차원에서 우선 대구시립극단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해 10월 이영규 총감독의 퇴진 이래 공석중인 시립극단 총감독의 1월중 선임이 확실한만큼 이를 시발로 새로이 그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 98년 12월4일 창립후 첫 작품인 '무지개'를 올린 이래 이미 창립 4년차에 들어선 시립극단은 예술성있는 작품을 골라 매년 봄, 가을 정기공연 2차례, 순회공연, 임시공연 2차례 등을 펼치며 창단 초창기의 어려움을 딛고 나름대로 색깔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일반극단과 달리 매년 2억원 남짓의 예산을 지원받는 등 물적토대를 갖춘 시립극단이 또 다른 면에서도 연극계의 큰형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해 온 주위엔 적잖은 실망감을 준 것도 사실.

한 중진 연극인은 "희곡, 배우, 관객 등 연극의 3대 요소에 있어 특히 우수한 배우 양성을 위해 정기적인 워크 숍 등을 통한 배우 재훈련 등에 시립극단이 적극 나서야 하고 연극세미나 등을 개최해 정책개발에도 앞장서는 등 전체적인 지역 연극계 분위기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시립극단과 대구연극협회 소속 극단이 각각 별도로 굴러가고 있는 현재의 구조를 짚으며 "서울시처럼 대구시립극단이 연극협회속으로 들어옴으로써 상호 발전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연극인은 "시립극단 창단 당시 극단 단원 수를 40명으로 정했으나 현재 6명에 불과한 실정"이라면서 "추가 단원 충원과 함께 연극의 질적 개선도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연극협회 소속 극단(정회원 8개 극단, 준회원 4개 극단)도 매너리즘의 틀을 깨치고 나와야 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80년대 말까지만해도 '눈물젖은 빵'을 깨물면서도 좋은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홍보를 위해 눈, 비를 마다않고 불철주야 뛰어 다니며 포스터 부치는 모습이 연극인들의 일상이었지만, 이젠 그런 '프로'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문예진흥기금이나 3년전부터 가동된 무대공연작품지원사업(약칭 무대창작지원금) 등 돈이 지원되지 않으면 연극을 만들려 하지 않고 그나마도 형식적인 연극만들기로 끝난다"는 것이 연극인들이 자조마냥 내뱉는 얘기가 되고 있다. 급기야 최근 대구문예회관 홈페이지에 이와 관련된 자성의 글이 오르기도 했다.

영세한 극단들이 대다수이기에 일부에서 불거지는 부작용이지만 어떻든 과거의 '예술지상주의'적 자세마저 잃어서는 관객 증가도, 연극 발전도 요원하다는 지적엔 귀기울여야 한다.

줄어드는 관객을 늘리기 위해선 관의 지원도 좀 더 효율적으로 집행될 필요가 있다는 대안도 제기된다. 목련연극제 등 행사 지원외에 봉산동 미술거리마냥 거리를 정해 3, 4개의 소극장을 만들자는 것도 그 하나다. 그래서 1년 내내 극단마다 염가로 이 소극장들을 빌려 연극을 공연하면 '규모의 경제' 원칙에 따라 관객도 저절로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대구의 브로드웨이를 탄생시키자는 주장인 셈이다.대구시는 어쨌든 부산과 대전에서 이미 시범운영중인 '사랑의 티켓제도'(시와 문예진흥원이 입장료의 50%를 분담)를 올 하반기부터 실시, 공연 관람객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해 주면서 관객 확충을 북돋운다는 방침이다. 올 한해 모두가 저마다의 입장에서 맡은 역할을 되돌아보고 최선을 다한다면 지역 연극계는 한층 성숙됨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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