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털려던 중3생 발길 돌려 참회의 글

입력 2002-01-11 00:00:00

"집안 형편상 컴퓨터를 살 처지가 안돼 그걸 보는 순간 훔치고 싶다는 생각에 눈이 뒤집혀서 그만…"

지난 9일 오후 3시쯤 청도군 청도읍 ㄱ싱크가게 안에 현금 3천원이 든 편지 한통이 와있었다. 가게주인 박씨(34) 앞으로 온 이 편지는 '도둑이 될 뻔한 중3짜리 소년'이 참회하며 또박또박 쓴 두 쪽짜리 반성문.

이날 새벽 2시쯤 가게에 있는 최신형 컴퓨터와 모니터를 훔치려다 옆 가게 주인에게 들켜 도망친 후 곧바로 반성문을 써서 문틈으로 밀어 넣어 둔 것.

당시 칼도 갖고 있었다는 이 학생은 "독하게 마음 먹고 가게를 털려 했더라면 더 큰 사건을 저지를 뻔 했다"며 "도망쳐 온 후 많이 후회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썼다.

현금 3천원은 가게에 들어가려고 깬 유리창값을 변상하기 위한 것으로 이것으로나마 주인의 노여움이 풀리길 바란다고 적었다. "앞으로 정말 착하게 살겠다"는 다짐은 추신으로 적혀 있었다.

편지를 읽은 가게 주인 박씨은 오히려 이 중3생을 걱정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학생을 돕고 싶어졌다는 것.

옆 가게 주인들 역시 너나없이 동정했다. "자신이 부순 유리창 값을 돌려줄 학생이면 정말 모범 시민이 될 자격을 갖췄다고 봐야지요. 이웃끼리 돈을 모아 멋진 컴퓨터를 한대 사 주고 싶습니다".

청도·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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