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도약현장(2)-경제성장 명암

입력 2002-01-10 14: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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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시 자오양구(朝陽區)의 디스코클럽 '바나나(巴那那)' 베이징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바나나클럽은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현란한 조명과 찢어질 듯한댄스음악이 귀청을 울리는 100여평의 실내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디스크 자키의 '이.얼.산.시'(1,2,3,4) 구령에 맞춰 함성을 지르며 온몸을 뒤흔드는 그들의 모습에서 '사회주의 중국'의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속살 드러낸 죽의 장막

리엔샹(聯想)TV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꾸이싱(毆翌星.23.여)씨. 일주일에 한 번은 '바나나'에 온다는그녀는 "중국이 10년후에는 세계강국이 될 것"이라며 중국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베이징시 자오양구의 카페거리 '메이란'(美蘭). 이 곳에서는 매일 밤 10시부터 30분동안 늘씬한 모델들이 화려한 패션쇼를 펼치고 있다.

이처럼 화려한 빌딩숲과 네온사인속의 중국은 더이상 죽의 장막, 회색빛이 아니었다.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도 보행자와 자동차와 자전거가 뒤엉켜 교통은 엉망이었지만 느긋하게 기다리는'만만디'는 '대국기질'로 받아들여졌다.사실 중국 곳곳에서 만나는 중국인들의 표정에서 역동성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7일 불과 몇cm밖에 안되는 눈이 내린 베이징은 한순간에 마비됐다.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가 3, 4시간이나 걸렸다. 베이징완보오(北京晩報)는 "세기의 교통체증"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이틀후 천진에 눈이내리자 아예 고속도로를 막아버릴 정도로 경제대국 같지 않은 면도 드러났다.

외국인들이 많이 묵는 쿤룬(昆侖)호텔을 비롯한 5성급 호텔주변에서는 관광객들이 나타나면 잡상인들과 거지들이 몰려들곤 했다. 베이징의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후통(胡同). 청나라때의 유곽이었다는 빠따오완(八道灣)후통에서는 성장의 그림자에 가려진 밑바닥 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베이징시는 이같은 후통지역을 2003년까지 헐기로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대대적인 도시정비계획의 일환이다.이곳 시장에서 만난 두씨에(杜謝)씨는 중국경제가 언제까지 성장할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묻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개발바람으로 오히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게 됐기 때문일까.

중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악화되고 있는 계층간 지역간 소득격차와 국유기업과 은행의 부실채권, 실업문제다.삼성그룹 중국법인의 정충기 상무는 "고속발전의 어두운 그림자가 중국 사회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면서 "경제가 성장하면서 이같은 사회적인 갈등이 5년후 어떻게 표출될 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고속성장의 그림자

세계은행(WB)도 높은 실업률과 낮은 생산성 등을 거론하면서 중국의 경제위기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세계은행은 "중국이 내부도전과 외부환경의 소용돌이 틈바구니에서 엄청난 갈림길에 서있으며 경쟁체제 도입과기술상업화 등이 절실하다"면서 "중국경제의 생산성이 의외로 낮기 때문에 고도 지식정보사회를 위한 중국정부의역할이 현 수준에 머문다면 앞으로 큰 사회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칭화(淸華)대학 국정연구센터도 '중국국정분석연구보고서'를 통해 실업과 고도성장 지속방안,소득격차, 환경문제 등을 중국이 직면한 4대 도전이라고 지적했다.중국 국가통계국은 전체 개인소득에 대한 지니계수(소득불평등도:0은 완전평등,1은 완전불평등)가 96년 0.424에서 지난 해 0.458로 나빠졌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같은 소득불평등은 고소득층과 빈곤층뿐 아니라 연안과 내륙농촌간의 산업발전 속도의 차이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제일표준공사의 송훈천 사장은 "한국에서의 빈부격차가 1백배 정도라면 중국에서는 1대 13억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상하이와 선전 등 동부연안 12개지역의 1인당 평균 GDP가 1만1천163위안인 반면 쓰촨(四川)과 꾸이저우(貴州) 등 서부 10여개 지역의 GDP는 4천567위안으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같은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중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서부 대개발'이다. 서부 대개발은 낙후된 서부지역의 SOC개발을 통해 전국적인 균형발전과 동.서간의 빈부격차를 없앤다는 대전략이다.대륙을 가로지르는 송전프로젝트인 서전동송(西電東送), 남부의 수자원을 북부로 공급하는 남수북조(南水北조), 대륙횡단 천연가스 파이프라인공사인 서기동수(西氣東輸)등이 그것이며 서부지역에 대한 투자증가와 투자환경개선 등을 촉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심의 서부 대개발

중국경제가 안고있는 또다른 시급한 과제는 부실채권정리다.

중국정부의 공식적인 발표에 의하면 부실채권규모는 전체 금융기관대출의 26%.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을비롯한 해외기관은 중국의 실질적인 부실채권규모는 40%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 중국은행의 부실은 국유기업 개혁의 부산물이다. 정부가 국유기업 개혁을 추진하면서 기업부실을 은행의 출자전환 등으로떠넘겼기 때문이다.이에 중국정부는 4대 상업은행에 대해 각각 자산관리공사를 설립, 부실 채권처리를 위임했지만 지방정부의저항과 채무면제를 위한 기업의 위장파산 문제도 심각하다.

정성재 하나은행 중국본부장은 "중국은 충분히 국유기업 개혁이나 부실채권을 국가재정에서 떠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같다"고 말했다. 칭따오(靑島)시의 조우짜빈(周嘉賓)부시장도 "중국이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변화하면서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정부는다 알고 있다"면서도 "우리의 문제는 우리의 발전방향을 함께 봐야하며 정부의 역할은 온전한 개혁경제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라고말했다.

칭따오의 한 섬유업체의 공회장(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빠이징밍(白正明)씨도 "중국의 경제전망은 밝다"면서 "빈부격차도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중국이 WTO에 가입했지만 취약한 금융시스템 등과 낮은 생산성, 비효율적인 정부 등은 아시아 금융위기같은 경제위기를초래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와 더불어 중국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또다른 변수는 중국경제가 13억의 단일 내수시장이 아니라 각 자치정부별로 자급자족하는 경제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기술축적이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의 최대 철강업체인 바오산철강이 대대적인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웠지만 합병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중국경제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인 19세기와 20세기, 21세기가 공존하는 것이 바로 오늘의 중국 모습이다.

글: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사진:이경훈기자 tab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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