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道를 아는 사회

입력 2002-01-09 14:13:00

새해 벽두에 지도교수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동안의 근황과 건강 등 주변 이야기로 대화가 오갔다. 전화를 끊고 난 후, 이런 전화는 내가 먼저 올려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지도교수는 학생을 생각하는 스승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문하생인 필자는 대학에 몸담고 있으면서 스승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제 길을 가고 있는가 하는 자책감에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선생은 있으나 스승이 없고, 학생은 있으나 제자가 없다"고 한다. 선생은 선생다워야 스승이 될 수 있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제자가 될 수 있다는 아주 간단한 진리이다. 그러나 선생과 학생이 자신의 의무와 본분을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앞선다.

특히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이 시대적 상황으로 인하여 취업을 위한 학원으로 전락하므로 인하여 선생과 학생간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선생은 학생들의 인성 지도보다는 취업률을 높이면 된다고 하는 안일한 생각이 앞서고, 학생은 학점만 잘 받으면 그것으로 사제지간의 도(道)는 끝났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길 기대한다.

자신의 길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어려워 보이지만 행동할 수 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중국 격언에 "도에 맞으면 도움이 많고 도에 어긋나면 도움이 적다(得道多助 失道寡助)"는 말처럼 자신의 본분을 지킬 때 타인의 도움을 받아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사회라는 영역속에서도 이같은 아주 간단한 진리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노력과 성찰을 하면 어떨까? 아버지는 있으나 가장이 없는 가정, 회사원은 있으나 진정한 직장인이 없는 회사, 정략가는 있으나 진정한 정치가가 없는 정치보다는 도(道)를 알고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유토피아가 아닌 현실로 나타나는 새해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소망일까?

박광득(대구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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