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는 이 땅의 화두(話頭)는 '조폭'이다. '친구'를 시작으로 이어진 신라의 달밤·엽기적 그녀·조폭마누라 등이 줄줄이 대박을 터트리자 조폭영화는 마침내 절간까지 찾아들어 '달마'하고 놀고 있다. 거름지고 장에 간다고 영화가 조폭판이니 TV까지 난장판이다.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어' '화려한 시절' '피아노'같은 깡패드라마가 방방뜨고 주인공들은 지난 연말 연기대상까지 받아버렸다. 영화·TV를 통해 일상화되는 폭력장면들의 해독을 논하는 것도 이젠 신물이 날 정도다.
▲치고 박고 부수고 때리는 '대리만족'만으로 이 '조폭신드롬'이 해명되지는 않을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가 현실과 접목되지 않는다면 '조폭'이란 화두는 일과성이요,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영화 뺨치는 현실정치권의 '게이트'들과 접목되는 데서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정치와 경제와 조폭이 지연·학연 등 연고주의 커넥션으로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혀 빚어낸 이 사기와 뇌물, 부정·부패의 비리행각은 여기에 총질만 곁들이면 기막힌 스릴러 영화가 되지 않겠는가.
▲2001년의 유행어 '조폭'이 개고기에 이어 마침내 국제 뉴스가 됐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주먹들의 길'(The Way of the Fists)이라는 두쪽 분량의 이 기사에서 "한국의 조폭들이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을 뿐아니라 한국의 정치·경제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타임'은 이어 여운환이란 폭력배가 이용호게이트에 개입한 혐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아들 김홍일 의원과도 접촉 의혹이 있는 등 전통적으로 조폭들이 한국의 유력인사들과 유착관계에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타임'은 정·폭(政暴) 유착의혹 때문에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한국민들이 현실생활에서 조폭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이고 있다.
▲아시아의 용이 어쩌다가 지렁이가 되고, 새해벽두부터 국제 망신까지 당하고 있는가? 참괴(慙愧)하고픈 심정이다. '개고기'문제야 "남의 문화에 웬 지랄이야!" 헛말 이라도 할 수 있지만 '조폭'이야 끼고 돌 수가 없다.
해가 바뀌고 이 땅에 선거철이 찾아왔다. 정치철새들이 선거판을 기다리듯 조폭들도 선거철을 기다린다.국민들의 불만이 목까지 차오를 땐 조폭소탕, 선거철이 닥치면 '조폭연합'이었던 게 과거 역대정권 특히 군사정권의 '18번'이었고 보면 외국언론이 한국 조폭기사를 이례적으로 다뤘다해도 유구무언이다. 다가온 '조폭의 계절'-정치권이 어떻게 다룰 지 그 감시는 국민의 몫이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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