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적 나무는 개미를 낳아 기르는 개미의 엄마인줄 알았습니다. 어느 날 어린 개미가 내 앞에 떼로 나타나 밤낮없이 나무의 주위를 맴도는데 나무를 졸라 식량을 구걸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다음날 일부러 가 보아도 그 자리에 그대로 왔다 갔다 저 개미의 다리는 얼마나 아플까…. 다 죽게 된 개미를 보면 나는나무의 가장 높은데 올려다 주었는데 저 나무의 팔은 또 얼마나 아플까….
그러니 내 어릴적 나무의 나뭇잎들은 혹시 죽은 개미를 먹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나무가지 위에 놀다 가는 새를 보면 혹시 어떤 개미는 죽어 저 새가 된 것은 아닐까 나도 죽어 새가 된 개미처럼 새가 될 수 있을까그 땐 뭐 그런 생각으로 너무 가득차 정말 그렇게 개미를, 나무를, 새를 졸졸 따라 다녔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문득 내 어릴적 새를 떠올리며 창밖을 우연히 내려다 보았습니다. 내려다보니…. 밥알같은 집들과 젖가락같은 골목과 퉁퉁 부은 땅, 수다스럽게 잘 달리는 무사한 자동차의 발통들 위로 어른 된 내가 굽신거리며 떠 있습니다. 그리고 12층의 하늘 위론 새들이, 이승의 온갖 풍상에 젖은 새들처럼 날아다닙니다.
늦게까지 같이 앉아 생각을 주고 받아도 더 구체적인 사정은 각자의 생각 안에 잠겨 얼굴보다 더 늙은 머리칼을 만들고 새가 되어 날아가버린 어제 밤, 그제 밤, 밤의 그 외로운 새들인가 굽신거리며 날아다닙니다.나무가 낳은 개미가 죽어 새가 된다고 믿은 내 어릴적 새들이 아닌 그런 느린 새들이 아주 느리게 아직 무언가 찾아오지 않은 어떤 확신처럼, 새해 아침의 화두처럼 날아 다닙니다.
시인 고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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