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일 시집 달과 수은등

입력 2002-01-07 14:09:00

'노을이 비껴가는 공사장에/ 콘크리트처럼 박제된 시간이 있다/ 골재를 실어낸 깊은 웅덩이에/ 둥근달이 빠져 있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달은/ 잔잔한 물 아래/ 배고픈 아이처럼 엎드려 있다/ 바람도 없는 이른 밤/ 누가 켰을까/ 공사장 너머/ 하늘에 매달린 수은등 하나'. (달과 수은등)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정태일 시인이 두번째 시집 '달과 수은등'을 모아드림 21세기 기획시선 27권으로 묶어냈다. 그의 이번 시집은 건설 현장에서의 노동의 삶과 어머니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형상화한 것이 주류를 이룬다.

현장에서 얻은 체험들을 육화하거나 정서적인 울림으로 변용해 보여주는 특징을 지난 그의 시편들은 향수의 미학과 자연회귀에의 그리움에 천착하고 있기도 하다. 삶에 대한 성찰, 모성과 고향을 향한 연민이나 한의 정서, 인생을 관조하는 시편들이 모두 질박한 휴머니티를 거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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