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혜암스님 분향소 표정

입력 2002-01-04 14:23:00

'나의 몸은 원래 없는 것이요(我身本非有)/ 마음 또한 머물 바 없도다(心亦無所住)/무쇠소는달을 물고 달아나고(鐵牛含月走)/ 돌사자는 소리 높여 부르짖도다(石獅大哮吼)'(임종게).

제자들에게 "인과를 믿고 참선을 잘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열반에 든 혜암(慧菴) 스님의 법구가안치된 가야산 해인사는 일일일식(一日一食) 장좌불와(長坐不臥)의 올곧고 치열했던 스님의 수행정신을 대변하듯 삼엄한 한파에 휩싸여 있다.

번뇌망상을 깨고 우주의 참모습이 물속(海)에 비치는(印) 경지를 설파했던 생전의 육성법문이 팔만대장경을모신 화엄종의 근본도량을 도도히 흐르는 가운데 칼날같은 추위에도 불구 밤늦도록 참배객들의 조문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현진(玄眞) 해인사 포교국장은 "이판과 사판에 걸림이 없었던 스님은 한해를 마감하는 날 서설이 산천을 뒤덮던 때에 입적을 실현, 생사를 초월한 최상인격의 한 전형을 보여주고 갔다"며 일생을 청정한 수행자로살아온 스님의 용맹정진을 떠올렸다.

혜암 종정의 열반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의 스님과 불자들의 추모행렬은 임오년 첫날부터 법보종찰인 해인사로 향했다. 대적광전 오른쪽 아래 궁현당(窮玄堂)에 마련된 스님의 빈소에는 영결식을 이틀 앞둔 4일 오전까지 원로회의 부의장 종산 스님.범어사 조실 지유 스님.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교육원장 무비 스님.통도사 부방장 초우 스님.

화엄사 주지 종걸 스님을 비롯한 스님과 불자들의 분향이 이어져 2만여명의 조문객들이 해인사를 찾았다.분향소 앞 뜰에는 각 문중과 문도 대표 그리고 전현직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이 보낸 수백여개의 대형 조화로 가득 차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기거했던 원당암에도 분향소가 설치돼 상좌 스님들이 24시간 빈소를 지키고 있다.

2002-01-04생사거래(生死去來)가 한 뿌리라 했지만 형상의 유무를 떠나지 못한 중생들의 큰 스님을 잃은 슬픔은 가실 줄 모르고, 사내 암자 스님들은 저녁 예불이후 빈소에 모여 금강경을 독송하며 종정 스님의 원적을 추모하고 있다.

스님의 영결식은 6일 오전 11시 총무원장 정대 스님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조계종단장으로 치르며다비식은 오후 1시 해인사 연화대에서 열린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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