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시대 역행의 '新年辭'

입력 2002-01-03 15:42:00

지난해 신년을 맞으면서 전세계의 인류는 새 천년 밀레니엄 시대는 다양하고 특성있는 지식정보의 디지털 시대,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평화의 시대가 되리라는 장밋빛 환상에 잠시나마 젖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어언 1년만에 우리의 꿈은 산산히 깨졌고 세계의 대형(大兄) 미국은 2002년을 '전쟁의 해'로 아예 선포까지 해놓고 있는 형편이니 지구촌에 영원한 평화가 온다는 것은 한낱 헛된 꿈에 불과했단 말인가.

▲이런 와중에 북한이 1일 발표한 신년사(新年辭)성격의 공동사설은 우리들을 '밥 맛 떨어지게 하는것'이었다.그토록 우리가 공들여 햇볕정책을 밀고 나갔지만 북한은 공동사설에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리 수령, 사상, 군대,제도등 4대 제일주의로 뭉쳐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으니 떡심이 탁 풀린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지금까지 10억달러이상의 금품을 북한에 보낸 결과가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이행은 간곳도 없이 기껏 "엎어 놓아도 매달아 놓아도 수령 만세를 부르는 열혈투사가 돼야한다"고 충성과 체제보위만을 내세우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니 기가차는 것이다.

▲현 시점 우리 외교의 최대 성과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약속대로 서울을 답방, 남북한 평화조약을 체결하는것이고 그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평화공존의 기초만이라도 확실히 하는것이다.

그래서 정부 당국은 지금까지도김 위원장 서울 답방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설마, 설마 해왔던게 아니던가.

그런데 이번에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남한이 주적론을 철회하고 보안법을 철폐해야 하며 민족이익을 희생시키는 반역행위를 말아야 한다"며 6·15공동선언 이전보다 강경 선회하고 있으니 김 위원장 서울 답방은 확실히 물건너 갔구나 싶은 느낌마저 갖게 된다.

▲지난해 우리 정치권을 휩쓸었던 명언(名言)들 중엔 '김정일 위원장은 자판기'란 말이 있었다. 동전을넣을 땐 커피도 나오고 하다가 돈을 넣지 않으면 꼼짝도 않는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그러고보면 이제 더 이상 돈 생길 일도 없는판인지라 입싹 씻고 그동안 가까스로 터놓은 대화의 물꼬를 막아버리겠다는 것인지….

초강국 미국이전쟁의 해라고 어금니를 앙다물고 있는판에 저들은 무얼 믿고 저러는지, 이번 신년사를 읽어보는 느낌이 왠지 착잡하다.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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