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다시 새로운 365일이 시작됐다. 한 해가 시작되는 1월 1일, 사람들은 저마다 한두 가지쯤 소망을 품고 덕담을 주고받는다.
한 해가 가고 오는 일에 심드렁해진 사람들은 키들키들 웃으며 '올해의 운세'를 뒤적이거나 과장된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술잔을 치켜들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임오년 첫날, '으앙!' 울음을 터뜨리며 인생 시무식(?)을 시작하는 아기들도 있다.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대구시 수성구 중동 효성병원의 2002년 첫날 아침은 신생아들의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밝았다.
배를 움켜쥔 채 다급히 병원을 찾는 사람들, 휴일을 잊은 채 분주한 의료진들, 그리고 새생명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멀리서 가까이서 찾아온 하객들이 함께 새해를 맞는 현장이다.
전정오(35), 박무철(30) 부부의 첫 아기, 산모는 2001년 12월 31일 밤 9시에 입원해 9시간만인 2002년 오전 6시37분 아기를 낳았다. 새해 첫날 태어나게 해 달라고 끊임없이 기도한 엄마.아빠의 소원을 아기는 들어주었다.
산모는 출산의 고통이 걱정했던만큼은 크지 않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부부는 임신도 출산도 예정대로 진행됐다며 기뻐한다. 부부는 새해 첫 출발이 무척 만족스럽다며 아기와 함께 할 미래의 삶도 순탄했으면 좋겠다고 새해 소망을 밝힌다.
진성섭(37), 이계원(33) 부부의 첫 아기는 2002년 오전 7시 태어났다. 새벽 5시에 입원해 2시간만에 세상으로 나왔다.
아기는 때묻은 2001년이 가고 백지처럼 흰 2002년이 시작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모양이다. 아빠와 아기는 띠 동갑. 이제 쌍두마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갈 시간만 남은 셈이다.
첫 아기를 늦게 본 아빠의 마음은 기쁨과 걱정이 교차한다. 아이가 세상에 나갈 준비를 완전히 갖추기도 전에 자신이 너무 늙어버리지나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돌기를 좋아하던 남자들은 첫 아기를 낳은 후에야 자신이 사실은 가족적인 사람임을 깨닫게 되고 가족이 몸을 기대고 살 울타리를 견고하게 다지지 못했음을 후회한다. 진씨도 예외는 아니다. 아내의 침대 머리맡에 앉은 진씨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음력으로야 어떻든 산부인과 병원에서 만난 아빠와 엄마들은 그들의 아기가 말띠임을 고집한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롭게 출발하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그리고 새해 아침 아기를 낳은 엄마.아빠의 소원은 소박하다.
'우리 아기 건강하고 착한 사람으로 자라기를…', '어디서든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빨간 몸뚱이와 꼭 쥔 두 주먹. 아직은 이름조차 없는 발가숭이 갓난아기들은 어떤 이름을 갖게 되고 또 어떤 '인생찬가'를 부르게 될까.
앞으로 인생의 넓디넓은 바다 속에서 갖가지 행복과 불행에 맞서며 살아갈 아기들. 대양을 가로지르는 미끈하고 등푸른 생선처럼 그들이 덩실덩실 춤추며 삶을 펼칠 수 있기를 마음 속으로 빌어본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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