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패공화국'도 대물림 하려는가

입력 2002-01-03 14:22:00

우리나라 중고교생 10명 중 9명이 '한국이 부패한 국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상당수가 조건이 주어지면 부패를 저지르겠다는 사고를 가졌다는 건 더욱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현재도 우리나라가 심각한 부패공화국이지만 앞으로도 좀처럼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그야말로 앞날이 암담하다는 얘기가 아닌가. 이게 전부 어른들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자괴감과 함께 뭔가 획기적인 부패척결방안이 없으면 그야말로 나라장래가 극히 걱정스러운 징조임엔 틀림이 없다.

반부패국민연대가 서울시내 10개중고교생 1천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0%가 '한국은 부패한 사회'라고 응답했고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33%가 정치권을 꼽았고 기업(12%), 공무원(11%), 법조계(9%), 언론(9%), 교육계(8%) 순으로 지목했다. 이는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드그룹'이 거의 썩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부패치유를 해야할 집단이 오히려 썩었으니 이 부패공화국의 오명은 씻을 길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어쩌다 우리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으로 한심하다.

또 부패근절이 안되는 이유로 '법을 어겨도 처벌을 면하거나 가벼운 처벌에 그치기 때문'에 64%가 응답했고 약 30%는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의식 때문'이라 했다.

이는 정치범이나 고위공직자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고 불.탈법이 활개치는 우리사회의 병폐를 청소년들은 정확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더욱 놀랍고 모순된건 이런 청소년들이 '아무도 안보면 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41%)' '뇌물을 써서 문제가 해결되면 하겠다(28%)' '부정부패를 목격해도 내게 손해가 되면 모른척 하겠다(33%)' '친인척부패는 묵인할것(22%)'이라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부패의 실상에 개탄을 하고는 있지만 나도 출세하고 잘 살려면 부패를 저지르겠다는 이 모순을 치유하자면 국정 최상의 지표를 '부패척결'로 잡고 그걸 실현시키지 않으면 우리의 장래는 캄캄하다는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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