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동안 국제정치를 변화시킨 굵직한 사건들이 잇따랐다. 그 중 최대의 사건은 미국의 민간항공기를 탈취하여 자본주의의 상징인 국제무역센터 (WTC)와 미국 국력의 상징인 국방성을 폭파한 9.11 테러사건이다.
또 다른 하나는 미국의 탄도탄 요격 미사일 (ABM, 1972) 탈퇴선언이라 할수 있다. 또한 시장경제의 세계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아시아의 대국 중국이 국제무역기구 (WTO) 체제에 가입, 국제정치 및 경제질서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9.11 테러사건은 미국에게 반(反)테러 전쟁의 명분을 주었으며, 미국 국민과 의회는 물론 세계여론의 지지와 협력 속에 일방적인 반(反)테러 보복전을 벌여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을 제거하는 데는 성공하였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은 내부적 정쟁(政爭)과 미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이해와 영향력 경쟁으로 국제적 분쟁지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국의 반테러전 확전문제도 일부 참전국들의 회의적인 반응으로 미국의 단독작전의 양상을 보일 가능성도 있으며, 이슬람권 국가들의 단합과 대미항전 의지를 높여줌으로써 우려하던 '문명의 충돌' 상황을 초래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새해 국제정치상의 중요한 문제 중 또 하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 (MD) 추진으로 인한 국가 간 전략무기 경쟁추세에 대한 우려를 들 수 있다. 부시행정부 초부터 MD구축 문제로 논란을 야기했던 미국이 지난해 말 MD구축에 장애가 되는 ABM 협정을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파기 통보했다.
이에 맞서 러시아 강경파는 전략무기 감축협정(START) 파기를 주장하고 있어 미.러 양국간에 체결했던 전략무기 통제 장치의 존속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ABM 협정탈퇴결정은 러시아 등 협정 당사국은 물론, 중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 등과 같은 여러 국가에 관련되는 복잡한 현안으로 등장하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MD와 ABM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국제질서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시아의 상황은 이전에 비해 다소의 가시적 변화가 예측된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WTO 가입과 더불어 동아시아의 경제적 불균형 상태가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의 상품과 농산품 등의 수출 급증은 한국과 일본시장을 교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의 경제여건, 생산조건, 시장구조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이에 대한 대응방안 모색과 더불어 양국 간 상호 유익한 경제협력의 폭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의 부시 행정부 등장이후 경직되었던 북.미 관계와, 이로 인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상당한 기대와 희망을 걸었던 남북관계도 몇 가지 역설적인 관점에서 다소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즉 북한 핵 투명성과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미.북 관계를 요구해온 미국은 앞으로도 기존의 대북 강경책과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MD구축과 아시아 전략강화는 심각한 위협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북한은 미국의 의중탐색 내지, 대북 강경 요구에 '벼랑끝 대치외교'로 대응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압력에 대한 북한의 파행적 외교 행태와 고집은 그 효용가치상의 한계를 들어내게 되어 결국 북한도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남북관계에 있어서 북한에 대해 상당히 관대했던 김대중 정부의 임기 만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 말기의 대미관계 개선의 호기를 놓쳤던 것과 유사하여,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면 그만큼 북한은 상대적 손실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보다 장기적인 안목과 실리적 차원에서 핵사찰을 비롯한 경수로 건설 진행에 보다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인다면, 남북대화 및 경제교류협력 사업도 훨씬 더 생산적이고 실리적으로 진전될 것이며, 보다 희망적인 남북관계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월드컵이 열리는 한국은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물론, 만약의 불상사(테러)에 대비할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세계인의 열광적 관심이 집중되는 대회의 성공은 한국에게 또하나의 '88 서울 올림픽'의 기적을 가져다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