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씨 도피 여야 반응

입력 2001-12-31 14:42:00

진승현 게이트의 핵심 로비스트였던 김재환 전 MCI코리아 회장의 해외도피와 관련, 한나라당은 검찰을 성토하며 '도피방조설'을 거듭 제기한 반면, 민주당은 "집권여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김씨의 신병확보를 서둘러라"고 촉구했다. 특히 민주당은 그동안의 스탠스와 달리, 검찰을 감싸기보다 거칠게 비난하는 정공법을 택해 눈길을 끌었다.

한나라당은 31일 "주연 김재환, 각본 정권핵심, 공동연출 검찰.국정원, 조연 법무부 등 완벽한 출연진이 제작해 성공시킨 '진승현 로비스트 해외도피극'"이라며 김씨의 도피를 정치코미디에 빗댔다. 그러면서 "검찰이 진 게이트를 영구미제로 넘기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5천만원 수뢰의혹을 받고있는 민주당 김방림 의원에 대해 검찰이 내사중지 결정을 내린데 이어 구속된 신광옥 전 법무차관과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는 것이다.

이상득 사무총장은 이날 당3역회의에서 "김씨의 도피에 이어 자민련 김용채 부총재의 수뢰를 입증할 자민련 원외위원장인 권승욱씨마저 검찰조사 도중 도피했다"며 "권씨는 한광옥 민주당 대표와의 접촉설이 제기되는 중요인물인데 그런 증인을 놓치다니 기가 막혀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장광근 수석부대변인도 성명에서 "상당수 국민들은 이번 도피극이 몸통을 보호하려는 권력차원의 시나리오라 믿고 있다"며 "뒤늦게 인터폴을 통한 김씨 소환 운운하는 정권의 태도는 후안무치 그 자체"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또 30일 10개항의 공개질의서를 내고 "신승남 검찰총장을 비롯한 책임자들은 당장 사표를 내야한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김씨의 도피는 검찰의 수치"라며 "어떻게 검찰이 이 지경이 됐느냐"고 반문했다. 진 게이트에 대한 재수사로 검찰명예가 실추된데다 핵심인물의 이해하기 힘든 도피로 검찰수사의 부실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낙연 대변인은 31일 "김씨의 도피는 검찰의 불철저한 수사탓"이라고 추궁한 뒤 "검찰이 어떻게 이지경이 됐는지 국민앞에 겸허하고 솔직하게 고백하라. 맹성과 분발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통령도 성역없는 수사를 지시한 만큼 관련자가 누구든, 모든 의혹을 명명백백히 가려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도 했다. 민주당 한 대표도 30일 "검찰이 김씨를 놓친 것은 집권당에게 부담이 되는 일"이라고 난감해 하며 조속한 신병확보를 촉구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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