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월드컵의 해 맞은 정몽준 조직위원장

입력 2001-12-31 00:00:00

"2002년은 월드컵의 해 입니다. 우선 국민들이 벤처정신과 자신감을 갖고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겠지요. 그리고 대통령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의원을 뽑는 선거의 해 입니다. 이들 선거를 잘 치러서 국운이 융성하길 기원합니다".

정몽준(52). 2002년을 맞는 그의 소감은 의외로 평범하다.

2002 한일월드컵대회 조직위원장과 대한축구협회장 및 국제축구연맹(FIFA)부회장으로서 또 4선의 국회의원으로서, 현대중공업 고문이라는 경영인으로서의 정몽준에게 2002년은 '대망(大望)의 해'임에 틀림없다.

자신의 인터넷 홈 페이지 'MJ2002 프로젝트'에서 '글로벌 리더(global leader)'를 자임하고 있다.

새해를 며칠 앞둔 지난 연말 대구를 찾은 그에게 먼저 가장 듣고 싶어하는 호칭(정치인, 체육인, 회장님)을 물어봤다. "현재는 국민들과 쉽게 교감을 가질 수 있는 호칭이 대한축구협회장"이라며 한문과 영문으로 된 축구협회 회장 명함을 건네준다.

그는 "스페인이나 프랑스가 월드컵을 치른 뒤 지역감정이 사라지고 경제도약을 했다"며 "우리도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문화국민, 선진국가 진입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 회장은 '스포츠'의 힘과 자신의 축구에 대한 열정, 스포츠에 얽힌 경험담 등을 1시간여 펼쳐 보이는 동안에도 특정 사항들과 관련된 애증을 얼굴 표정에 담지 않는 특유의 신중함을 보였다. 그것이 그의 현재 위치에다 지나온 경력과 합쳐져 다음 행보를 가늠하도록 만들었다.

-대회가 다섯달 앞으로 다가왔다. 성공을 위해 남은 과제가 있다면.

▲큰 줄기는 잡혔다. 안전문제나 수송, 숙박 등 외국인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우리와 맞붙을 상대가 결정됐다. 사상 첫 16강 진출의 국민적 염원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 보나.

▲우리와 같은 조에 포함된 팀들이 강팀이어서 섣불리 대표팀의 성적을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월드컵 개최국이 16강에 오르지 못한 예가 없다. 특히 축구는 응원이 중요하다. 대구 시민들이 많이 참여해서 성원해달라.

-공동개최로 경기가 한국과 일본에 나눠진 때문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10개 경기장은 너무 많다. 대구의 경우 그나마 준결승까지 포함해 4경기가 고작이다. 국가적으로 경기수에 비해 너무 많은 투자 아닌가.

▲축구는 응원이 중요하다. 왜 대구 시민이 대구 경기만 구경하려 하나? 해외에서도 월드컵 응원을 오는데 우리도 다른 지역으로 여행도 하고 월드컵도 구경하면 될 것이다. 2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경기장만도 얼마든지 있다. 경기장 건설의 경우 우리는 일본의 절반 밖에 예산을 들이지 않았다.

-일부 경기장의 월드컵 이후 활용방안이 문제가 되고 있다.

▲대구는 월드컵 때문에 경기장을 건설한 것이 아닌 것으로 안다. 이제 대구는 하계올림픽을 준비할 것을 권한다. 일본이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치른 뒤 24년 뒤인 88년 올림픽을 나고야에서 유치하겠다며 서울과 경쟁했다. 대구도 2016년쯤엔 올림픽을 열 능력이 있을 것이다.

-북한과의 분산 개최가 무산됐다. 그러나 단일팀 구성이나 경평(京平)축구의 부활 등 북한과의 교류는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나.

▲북한이 본선 조추첨 전까지 참여의사를 밝혔으면 분산 개최가 가능했다. 그러나 엄청난 규모(1천명 이상)의 기자단 왕래가 불가피해 북한이 부담을 가진 것 같다분산 개최는 무산됐지만 올 3월 북한을 방문, 북한의 축구발전을 위해 협의하겠다. 또 북의 뛰어난 선수들을 한국팀에 합류시키는 방안도 논의하겠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은 경기 자체보다 승부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도 남과 북 양측에 모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드컵 무드가 본격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월드컵을 통해 우리 나라와 국민이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보나.

▲5조3천억원의 경제개발효과와 연 35만명의 고용창출 등 눈에 띄는 효과뿐만 아니라 82년 스페인월드컵과 98년 프랑스월드컵의 예에서 보듯 지역간 계층간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들의 자부심을 불어넣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본다.

-정 위원장의 추진력에 대해 국내외에서 놀라워하고 있다. 블래터 FIFA회장과는 관계가 불편하다는 소문이 있는데 정 위원장의 FIFA회장 출마설 때문이 아닌가.▲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현 회장에 도전할 수 있는 후보는 역학상 나와 아프리카 회장 뿐이다. 누가 되든지 단일화해서 도전할 것이다.

-왜 FFIA회장에 출마하려고 하나.

▲FIFA가 세계올림픽평의회(IOC)보다 덩치가 크다. 일부 유럽 국가중에는 체육회장이 축구협회 부회장을 맡는 등 축구협회의 위상이 막강하다.

-정치인이자 경영자로 또 체육인으로 1인3역을 맡아 동분서주 하고 있는데 어디에 가장 무게중심을 두고 있나? FIFA회장에 출마한다면 대권에는 뜻이 없다는 말인가, 미룬다는 뜻인가?

▲국정의 최고책임자를 맡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국가대사인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관심이 있다. 다른 일은 월드컵을 치른 뒤에 생각해 볼 문제다.

-그래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국민적인 기대감이 높아져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나.

▲한국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히딩크 감독의 인기가 올라가지 않겠나. 나에게까지 돌아올 여력이 있겠나.(웃음)

-월드컵과 관련, 김대중 대통령과 만나 어떤 얘기를 나눴나.

▲대통령께서는 월드컵의 테러 등 안전문제와 한국팀의 성적에 대해 많은 관심과 걱정을 하셨다.

- 정치적으로 (입당이나 대선 출마)제의를 받은 적은 없나.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특정 정당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우리나라 정당은 선의의 정책 대결을 하는 라이벌(rival)이기보다는 적(enemy)의 개념에서 대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당이든 야당이든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적극 도와주기를 바란다.

-월드컵이 끝나면 무엇을 할 계획인가.

▲온천욕을 아주 좋아한다. 우리 나라와 일본의 온천을 다녀보고 책으로 쓰고 싶다.

-만능 스포츠맨으로 알려져 있는데 무슨 운동을 즐기나.

▲5번이나 골절상을 입었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한다. 축구, 농구, 테니스, 스키, 승마를 즐기는 편인데 승마와 스키는 전국대회에서 입상한 적도 있다.

-매일신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월드컵은 지구촌 최대의 축제다. 세계에 한국의 문화와 발전상을 보일 수 있는 기회로 잘 활용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월드컵의 주인공이라는 자세를 가지고 깨끗한 환경, 친절한 안내, 선진질서로 우리의 역량을 보이자.

대담-이경우 스포츠레저 부장

정리-이춘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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