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찾아 한국 땅을 떠나는 사람이 전체 해외이민자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통계보고는 마치 국력의 붕괴현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팡파르를 울리며 떠나는 의기양양한 이민이 아니라 경제난에 따른 직업불안정, 열악한 교육환경, 미래에 대한 불확신 등이 빚어낸 '취업 엑소더스'라는 점에서 안타깝고, "무엇이 이들을 떠나게 하는가?"하는 자책과 원망에 가슴 아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1년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지난 한해 1만5천명이 해외이민을 떠났는데 이중 55% 8천300명이 취업이민이었다.
일자리 이민은 지난 90년에 2천700명, 95년 6천500명으로 늘다가 99년에 5천200명으로 줄었던 것이 1년새 다시 60%나 급증한 것이다. 연고이민자가 90년 1만5천명, 95년 5천700명으로 크게 줄어든 것과는 무척 대조적인 현상이다. 취업이민 중엔 물론 '배부른 이민'과 '배고픈 이민'이 뒤섞여 있겠지만 올해 실업급여를 받은 실업자수가 36만명으로 지난해(30만명)보다 19%나 늘어났고, 실업급여총액(8천30억원) 또한 98년도 IMF시절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에서 작금의 취업이민의 속사정을 읽을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취업이민의 급증현상은 작금 이 땅에서 보편화(?)된 명저암고(明低暗高)현상 즉 밝은 것보다 어두운 면이 더 많은 서글픈 사회상의 통계적 표출이라 할 수 있다. 싸움질에 쉴날이 없는 정치, 회생의 기대치마저 불확실한 경제, 그 와중에 버려진 치안, 이런 것들이 뒤엉켜 우리국민을, 고급인력들을 자꾸만 해외로 내모는 것같아 안타까운 것이다.
지난 가을 서울 강남의 코엑스에서 있는 박람회장에 취업·유학이민을 꿈꾸는 수만명의 20, 30대 인파가 몰린 현상에서 보듯 "희망없는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그들의 말속엔 깊은 좌절감이 묻어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이들 취업이민자들이 현지에서 겪을 갈등과 탈선, 환상에 대한 후회같은 것들이 '부메랑'처럼 되돌아 올 것 같아 두렵다. 이 땅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따갑게 반성해야할 통계지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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