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혈통주의 지역 의료발전 막아

입력 2001-12-25 15:57:00

대구 의료계의 모교 출신 우대 풍토가 다른 지역이나 다른 학문분야보다 더 극심, 의료발전을 저해하는 폐쇄적 혈통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학병원의 전공의 선발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혈통주의는 불필요한 파벌형성, 학문적 비판정신 실종, 의료신기술 도입 걸림돌 등의 폐해를 낳으면서 지역의 의료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의과대학 학장협의회가 발간한 '2000~2001년도 의과대학교육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북의대의 경우 전체 교수 158명 가운데 94%인 148명이 경대출신이며 타교 출신은 10명에 불과했다.

1970년대 후반 설립된 계명의대와 영남의대도 점차 모교출신 채용을 강화, 계명의대의 경우 전체 교수 129명 가운데 모교 출신은 27명에 불과하지만 전문의를 본격적으로 배출하기 시작한 1993년이후 임용된 39명 중 모교 출신은 26명(67%)이다. 영남의대도 지난 93년 이후 임용된 교수 56명 가운데 47명(84%)이 같은 대학 출신이다.

이같은 폐쇄성은 대학병원의 인턴.레지던트 수련의 모집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경북대병원의 경우 레지던트 246명과 인턴 71명 전원이 경북대 출신이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수련의 249명 가운데 237명(95%), 영남대병원은 276명 가운데 267(97%)명이 모교 출신이었다.

최근 시행된 2002년도 레지던트 선발에서도 경북대병원은 60명 가운데 1명, 계명대 동산병원은 54명 가운데 2명, 영남대병원은 48명 가운데 3명만 타교 출신을 뽑았다.

ㄱ대학병원 한 교수는 "지역 의료계의 혈통주의는 눈부시게 발전하는 의료기술시대에는 뒤처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고 비판하고 "대구에서는 설령 다른 대학에 적을 두고 있어도 자신의 스승과 선배라는 이유로 잘못을 비판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이같은 대구지역 대학병원의 풍토와 달리 서울의 상당수 병원에서는 우수 의사인력 확보를 위해 타교 출신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내년도 인턴선발부터 타교생을 적극 받아들이기로 하고 인터넷을 통해 홍보활동을 펴고 있으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레지던트 선발시 25%를 타교 출신으로 뽑고 있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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